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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미, 무엇이 나를 통제하는가 - 인생각본, 해방에 대하여
이진동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8월
평점 :
아무래도 나는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9할은 제목인 게 확실하다. 이 책 역시 ‘덜미’라는 단어에 덜미를 잡혔다. 보통 이 단어는 달아나다가 억지로 잡히는 그러니까 계속 도망쳐야 할 의지를 꺾어버리는 피동사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잔인하다.
저자 이진동은 화가이자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정년퇴임 하고 현재 <해우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한다. 교직에 있으며 상담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변화를 지켜보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살았다. 20년 전 공황장애를 경험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 책은 부모의 부정적인 양육 태도가 자녀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인 삶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스스로 삶을 통제하는 방법을 사회, 심리, 철학 등 학문적 이론을 통해 풀어낸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부모나 사회 환경 등 어떤 외부적 힘에 이끌리지 않도록 교류분석을 토대로 무의식을 지배하는 부모로부터 각인된 금지어(생존, 애착, 정체성, 역량, 안전)에 실존주의 철학을 더해 치유의 삶이 될 수 있게 하면서 오롯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필요한 인생각본을 짤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인간이 출생과 더불어 1차적으로 만나는 부모의 영향으로 인생각본을 부여 받는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6세 전후에 퇴고(종결)된다고 한다. 즉 이때 만들어진 각본이 평생 이어진다고 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이 각본에 덜미를 잡혀 평생 부모의 꼭두각시놀음을 한다는 얘기다. 음… 꽤나 과격한 표현인데 정말 그런가? 우리 엄마는 평생을 당신 말을 죽어라 안 듣는다고 하소연하셨는데?
어쨌거나 저자는 부모의 양육자적 관계를 통해 인생각본이 만들어지고 이 각본은 6세 전후에 1차 소거되지만 청소년기에 일부 수정 보완되면서 완성 되어 각본에 따라 인생을 살게 된다고 설명하는데, 이 중요한 아동기에 부모는 통제가 아닌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유연하게 아주 최소한으로만 각본에 관여하여야 하고고 통제보다는 탐색과 모험의 기회를 통해 지혜를 터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209쪽, 인생각본을 떠나 실존의 바다로
저자는 아동기에 부모의 양육방식이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면서 치유 방법으로 교류분석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데 특히 그 출발점으로 자율성을 꼽는다. 그러면서 이 자율성의 회복에는 수용과 자발성, 친밀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아무리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런 선택의 존재는 자기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라는, 사르트르의 실존 철학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덧붙인다.
"선택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이 처해 있는 실존적 상황이다.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자기의 존재의 특성은 선택하고 결단할 수 있음이다." 242쪽
결과는 선택할 수 없지만 선택 자체를 할 수 있는 것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인가? 무지 어렵다.
책은 솔직히 난해함 그 자체다. 부모의 양육방식이 아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인생각본으로 설명하는 건 알겠는데 치유에 필요한 교류분석과 실존철학에 대한 설명 과정이 다소 전문적이어서 난해하다.
342쪽, 내면 홀로 서기를 위해
어쨌거나 결론은 아동기에 끔찍한 경험을 했더라도 행복은 외부가 아닌 내부, 즉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고 '참자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자신이 참자아로 실존할 때 비로소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결국 과거의 불행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라는 얘기가 아닐까. 자신의 성격으로 인생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마리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또 '다 너를 위해서'라는 양육 태도를 보이는 부모에게도 좋은 양육 지침서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