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어라 외웠더니 시가 살아왔다
휴로그 도서개발팀 엮음 / 휴로그 / 2024년 6월
평점 :
국민학교 세대인 나는 중학교 이후 국어 시간은 시 하나쯤은 외워야 했다. 최소한 국어책에 등재된 시라도 그래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국어 시간만큼은 지옥을 맛봐야 했다.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서 보리타작하는 것처럼 머리든 엉덩이든 신명 나게 두들기던 선생님들이 꼭 있었다.
그래서 문학소년도 아닌 나도 시 몇 편은 암송이 가능했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 털 하나까지 온통 '너'를 향한 애틋함이 담긴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같은 시는 특히 좋아하던 시였다. 지금은 몇 소절 기억해 내기 어렵게 되었지만.
때로는 심금을 울리는 노랫말에 심취했다가 가삿말이 아니라 시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던, 류근 시인의 <너무 슬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도 있다.
노래할 자리에서 이렇다 할 애창곡이 없거나 도무지 노래를 하고 싶지 않을 때 가삿말을 멜로디 없이 시처럼 낭송하는 것도 참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와 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언젠가 그럴 기회가 온다면 그래 보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시를 될 수 있는 대로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보통 속도로, 빠르게, 또 아주 빠르게 읽는다. 마치 악보의 속도처럼 그렇게 시를 음미해 보면 시가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활동 가이드 단계에 맞게 필사하고 음의 순서에 맞게 암기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눈을 감게 된다.
솔직히 좋아하는 시를 읽을 수 있다는 설렘에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래서 시집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시를 잘 암송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그래서 얼마간 김이 새긴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늘그막에 나락까지 떨어진 암기력에 고생은 되지만 가이드를 따라 해 보면서 가슴 뜨거워지고 시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턱대고 반복하는 암기가 아니라서 낱말 퀴즈처럼 재미를 느끼게 해주면서 보다 쉽게 시를 암송할 수 있도록 한다. 시를 암송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시가 스며들어 아주 좋다.
그리고 시를 좋아한다면, 로맨틱하게 시 한편쯤 암송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