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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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제목에 훅 끌렸다. 슬펐달까. 아렸달까. 이유는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내게 있어 관계는 풀기 힘든 수학 문제처럼 난항을 겪게 된다. 그래서 더 그랬다. 서로 몰라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알려고 애써야 살 수 있는 데서 오는 현타일까.


타인을 모른다는 것이 외로움이나 고독 혹은 고립은 아닐 텐데. 적당히 모르는 사이를 추구하는 내게 이 책의 저자는 얼마간 동류겠거니 했다. 하늘을 날던 승무원 오수영이 오래 꿈꾸던 이야기이며, 그가 가장 애정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개정판이다.


33쪽, 방랑자의 삶


많이 지친 듯한 그의 이야기는 염세주의라고 하기엔 희망적이다. 슬쩍슬쩍 허공을 날면서 느낀다는 방랑자의 삶에서조차 관계의 팍팍한 삶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려는 그가 있어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행동하지 못했던 순간보다 행동 하지 않았던 순간이 많았고, 언젠가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행동을 미뤘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과 마음에 대한 확신을 잃는다." 64쪽, 진심이라는 말


"사람에 대해서는 대화 몇 번이면 전부를 알게 된다는 오만으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단지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쉽게 서로를 판단한다. 쉽게 벽을 세우고 선을 그으며 결국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간단히 요약하고 분류 한다." 79쪽, 식물과의 대화


누구에게나 진심은 있고, 그것이 관계에서 제대로 전달되는 문제는 하는 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에게도 얼마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한다.


퇴사할 결심을 하게 된 일은 어이없게도 '알아봄' 때문이었다. 근래 두 번의 낙상으로 쇄골과 코 뼈가 부러진 후 급격히 심신이 지쳤다. 왕복 50km가 넘는 출퇴근 길이 고통스러워질 즘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내까지 몸이 좋지 않자 피로도가 극에 달았다.


운영팀에 조심스레 퇴사 후 실업급여 수급을 알아보다 일이 커졌다. 자연스럽게 퇴사를 준비하는 것쯤으로 소문이 났고 나이 어린 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관장에게 보고 했다. 한데 깜빡해서는 아닌 것 같고 머리와 꼬리는 자른 채 퇴사만 언급했다. 나는 실업급여가 생명줄인데 사정 없이 잘라 버렸으니 맥락을 모르는 관장의 입장에서는 괘씸하기도 할 퇴사 통보였을 것이다.


실업급여가 녹녹치 않게 된 입장에 이러다 퇴사도 못하겠다는 볼멘 소리에 팀장은 이렇게 된 마당에 다닐 수 있겠냐고 되 받아쳤다.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주저앉을까 싶다가 결국 팀장의 진심을 알아버려서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깨닫는다. 관계는, 진심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밥벌이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 될 테니까." 90쪽, 밥벌이의 고단함


마음이 저렸다. 공교롭게도 밥벌이를 내려놓는 이 시점에서 날아든 그의 치열한 싸움과는 달리 시끄러운 속내를 감추는데 지쳐 포기해 버린 내 처지가 편치 않다.


지난한 관계의 부침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과 한편으로 그럼에도 그런 관계에서라도 머무르고 싶어 하는 그의 섬세함이 담겨 있는 책이다. 여러모로 타인의 이야기에서 내 이야기를 진하게 공감할 수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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