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의 대화 공부 - 서로의 차이를 넘어 품위 있게 공존하는
켄지 요시노.데이비드 글래스고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작가 소개를 읽다가 뭐지? 했다.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 가볍게 생각했던 의식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졌다. '멜처 다양성, 포용성, 소속감 연구 센터의 디렉터'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저자 켄지 요시노와 데이비드 그래스고는 뉴욕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겸임교수다.
저자들이 연구센터에서 겪은 일을 논픽션으로 풀어냈고 '서로의 차이를 뛰어넘는 대화법'이 담았다니 특히나 대한민국의 민낯인 차이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시점에 다름으로 존재하는 1인으로 기대감이 잔뜩 들었다.
"편견은 아주 사소한 상호작용에서부터 끝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법이 전부 다루지 못한다" 9쪽, 난감한 대화
저자가 표현한 문장을 보는 순간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법치국가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우린 그래서 다양성에 대한 사회정의를 말해야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저자들은 7가지 원칙을 통해 정체성에 관한 대화의 질을 높이는 규칙을 설명한다. 대화에서 빠질 수 있는 4가지 함정, 탄력성, 호기심, 부동의, 사과, 실천, 관용이 그 원칙으로 풀어낸다.
회피에 관한 이런저런 설명들 가운데 울컥할만큼 공감되는 내용이 있다. 장애와 관련된 포용적이라는 표현이 '다름'을 '같음'으로 해석되길 바라는 표현이 많은데 나는 다름을 그냥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늘 있었다.
걷는다는 의미로 도보와 휠체어로 하는 이동은 같지 않은가라는 식이 과연 비장애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데 저자가 장애 인권운동가 칼리 핀들리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정의하는데 속이 시원했다.
"당신이 '나에게는 당신의 장애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라면서 장애인에게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러내는 것 자체가 무례한 것이 아니라 장애를 다름으로 다뤄질 때 무례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정체성이 아예 안 보이는 척하는 것은 과잉 교정이라 못박는다.
69쪽, 탄력성을 길러라
저자는 또 '특권'에 대해 지적하면서, "정체성, 다양성, 정의에 관한 대화는 격렬한 감정 반응을 불러일이킨다."라고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생각한다.
물론 활동가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거나 들어누워 도로롤 점거 할 때는 그렇지만 보통의 시민들은 토론에서는 격렬보다는 자기연민식 반응이 더 활발하게 작동되는 게 현실이 아닐까. 비장애인은 쓰레기로 보이지 않기 위해, 장애인은 커버링에 급급해 자기 생각이나 소신보다는 자기 감정을 최대한 억누를 게 뻔하다.
그래서 고착형 보다는 성장형 사고 방식을 키우고, 자기 체면을 통해 자기 가치를 높이는 연습하고, 상대방의 말이나 의미를 부풀리지 말고 '특권', '편견', '세대차이'에 대한 오해를 하지 말고, 나아가 공포, 분노, 좌절, 죄책감같은 불편한 감정은 이름붙이기로 환기하라고 조언한다. 애니메이션 <인 사이드 아웃>처럼 말이다.
227쪽, ‘어떤 종류’의 도움을 원하는지 고려해라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선의의 배려나 도움들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저자가 백금률을 지키라고 지적하는 내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 어딜가도 혐오를 느낄 수 있는 사회에서 이 책은 정말 소중하다. 아까워 야금 야금 꾹꼭 씹으며 천천히 읽게 된다. 종교, 정치, 이념, 이슈 등 나 이외의 다른 생각들과 부딪치지 않고 지혜롭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과 다른 이들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필독서다. 강추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