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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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제목에 홀리고 넷플릭스에 끌렸다. 빨간 모자와 피노키오와 시체라니. 빨간 모자는 늑대를 만나야지 왜 피노키오를 만나야 했을까? 마구마구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동화 속 소재와 배경을 섞어 새롭게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 ‘발상의 천재’라 불린다는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의 '빨간 모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란다. 서양 동화를 중심으로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한 전작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의 후속작이라고 하고. 전작은 읽지 않았지만 충분히 개봉을 앞둔 넷플릭스가 기대된다.


빨간 모자는 우연히 피노키오의 팔을 줍고 살인 사건에 휘말려 목이 날아 갈뻔 했지만 기지를 발휘해 잘 해결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푹 빠졌다. 한편으로 여러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소환하는 즐거움도 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의 모험 여정 같은 느낌이랄까.


"이리하여 빨간 모자는 이 기이한 인형의 몸통과 왼팔, 두 다리를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77쪽


백설 공주의 계모이자 어설픈 독사과 마녀의 이름이 힐데힐데였나? 아무튼 힐데힐데가 던지는 독박 육아에 대한 따끔한 지적과 펼치고 싶었던 정책 그리고 백설 공주의 반전은 입이 떡 벌어진다. 그나저나 이런저런 사건을 헤쳐나가는 빨간 모자의 모티브는 명탐정 코난일지도.


139쪽


피리 부는 남자의 사연과 막간 인형극 속 아기돼지 삼 형제와 마녀의 이야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질 정도로 빨간 모자와 피노키오의 여정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더욱이 빨간 모자의 여정에 워킹맘의 실태와 경력단절, 출생률, 이주 노동자의 노동 착취 등 산재한 사회문제를 녹여내며 나름 소신 있게 꼬집는 것도 재밌다.


252쪽


주말 오후 이 황금 같은 시간에, 아내의 따가운 눈초리에 등에서 피가 날 지경이지만 "당신의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한가요?"라며 묻는, 시니컬할 것 같은 빨간 모자의 목소리가 귀에 계속 맴도는 듯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책장을 계속 붙잡고 있게 된다.


그리고 인간이 된 피노키오는 과연 계속 행복했을까? 사는 게 재밌었을까? 오늘을 살며 작은 거짓말에 만족했을까? 그렇게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인간으로 사는 거 정말 쉽지 않을 텐데. 왜 빨간 모자는 알려주지 않았을까? 당해보라고?


권선징악이 국룰인 동화를 반전의 묘미가 살아있는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 같은 이야기로 변신 시켰다. 푹 빠지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지만 그림이 있었으면 더 흥미로웠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아무튼 재밌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면 강추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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