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섭고 매섭고 잊고서 살다 문득 떠올릴 때면 어딘가 불편해지는데도 이상시리 자꾸 찾게 되는 루쉰 선생님..

<발췌>

- 생의 기로에서 청년들에게

나도 지금 기로, 혹은 좀 더 희망적으로 말하면 네거리에 서 있습니다. 기로에 서 있으면 발을 내딛기가 어렵지만, 네거리에 서 있으면 갈 수 있는 길이 여럿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생명은 나의 것이고, 내가 갈 수 있다고 여기는 길로 스스럼없이 나아가도 무방합니다. 앞에 깊은 연못이 있든, 가시덤불이 있든, 계곡이 있든, 불구덩이가 있든 나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말할 때는 다릅니다. 눈먼 사람이 눈먼 말을 탄 것처럼 남을 위험한 길로 끌어들이게 되면 나는 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청년들에게 내가 걷는 길을 함께 가자고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이나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사상의 도달점도 다릅니다. 하지만 나더러 청년들이 어떤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꼭 대답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을 위해 생각해둔 말, 즉 첫째는 생존해야 하고, 둘째는 입고 먹어야 하며, 셋째는 발전해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이 세 가지를 가로막는 자가 있다면 그가 누구이든 우리는 반항하고 박멸시켜야 합니다.

〈베이징 통신(北京通信)〉, 《화개집(華蓋集)》


- 서민과 멀어진 지식인

유럽의 유명 작가 중에는 서민 출신이 많습니다. 서민들의 고통을 그들도 같이 느끼기 마련이어서 서민들을 대변하는 글을 시원스럽게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민들은 지식인 계급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기게 되지요. 그래서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그들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지식인 계급이 이런 영예를 누리고 지위가 높아지면서 서민들을 잊게 되고, 특별한 계급이 되지요.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대단하다고 여기며 부자들 집으로 가 파티를 하고, 돈도 많아지며, 집도 좋아집니다. 결국 서민들과는 아득히 멀어집니다.

그들은 고귀한 생활을 누리면서 예전 가난했던 시절을 더는 떠올리지 않습니다.—그러니 여러분은 박수를 치지 마십시오. 박수를 보내 저의 지위를 올리게 되면 제가 할 말을 잊어버리거든요—지식인들은 서민들을 더는 동정하지 않게 되고, 서민들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하며, 서민들의 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지금은 귀족 계급이 존재할 수 없으니 귀족적 지식인 계급도 당연히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식인 계급의 결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식계급에 관하여(關於知識階級)〉, 《집외집습유보편(集外集拾遺補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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