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인터뷰 中>˝돌이켜 보면 지금 쓸 수 있는 소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 20년 전에 쓴 소설은 그때이기에 가능한 것들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전작은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제가 쓴 소설이라도 시대와 나이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제 소설관이 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의 소설 트렌드와는 반대의 흐름일 수도 있어요. 가령 요즘은 원고 매수도 적고, 쉽게 쓰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건 젊은 층이 잘하잖아요. 제가 굳이 그걸 좇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런 방향성 싫다고 해서 갑자기 제 성향을 버리고 반대되는 걸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그저 제가 잘하는 글을 쓰는 것이죠. 만약 어떤 걸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혜경궁의 글은 소설만큼이나 흡입력이 있다. 내가 수없이 갔던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들과 책에서 봤던 역사적 사건들이 끊임없이 나열되는 이 책을 보며 그 당시를 상상해보았다.˝만고에 이런 세상에 없는 일이 어디 있을 것이며 이런 모함과 도리가 또 어디에 있으리오. 피를 토하고 죽더라도 하늘의 끗이 닿지 않으니 한이로다.˝한 많은 그녀의 삶이 애처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