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사라져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온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게 가능할까?과학법칙에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물질이 사라져 없어지면 에너지로 바뀌고 그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얼음이 물로 바뀌든 물이 수증기로 바뀌든 그 에너지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소멸한다는 것, 죽어서 한줌 재가 되거나 흙에 묻혀 썪어가도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던 에너지는 다른 것으로 변화하더라도 그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이 소설은 제목 자체가 청춘의 소멸이다.저자는 이 책에서 세가지 옴니버스 형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도시인으로서 청춘을 불사르며 공부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연애를 해가는 삶 속에서 도시라는 거대한 괴물에 자신의 청춘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외로움과 소멸의 허탈함만을 남기고 도시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도시인의 회한을 그리고 있다.두번째 이야기에서는 한 소녀의 음모로 함정에 빠져 명예와 인생을 빼앗기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한 화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편협하고 남을 가볍게 낙인 찍으며 살 수 있는지와 언론과 대중심리의 어두운 부분들을 드러내고 있다.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한 완벽주의적 성향의 작가가 자신의 첫 소설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시련과 좌절을 통해 사회 초년생들이 겪을 수 있는 꿈과 현실사이에서의 갈등 등을 드러내고 있다.한 인간이 도시의 삶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온전히 소모하였으나 지나고 보니 몸은 병들고 주변 사람들은 사라지고 직장마져 위헙 받는 등의 상황에 서면 청춘이 그냥 부질없이 소멸되어 버렸다는 허탈함도 들 것이다. 그런데 그저 청춘이 그냥 소멸되어 버린 것일까? 소멸될 청춘도 없었고 소멸된 청춘도 없었던 건 아닐까? 그냥 삶을 살아가는거 그게 인생 아닐까? 소멸되고 보존되는 그 무엇이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저자는 유도한 것일까?여하튼 세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그 내면 심리 묘사와 사회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짧은 문장들로 속도감 있게 써내려간 약간은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