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학과, 사법고시, 사법연수원, 로펌이라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걸어가던 저자가 하하밤이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단다.이 책은 그녀가 작가로 살아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한편의 추억의 앨범같은 에세이집이다.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 학창시절, 대학생활과 고시준비생, 연수원, 검찰청 시보 , 로펌 변호사 생활과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과정이 한편의 영화를 상영하듯 그려지고 있다.글을 읽는 내내 논리적인 법조인의 흔적과 작가로서의 너무나 섬세하고 감성적인 모습들이 중첩되어 그려내는 글들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법조인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감성적이고 선함이 그녀의 글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판례를 접할수록 법은 동등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법이 관용을 잃고 차별적으로 운용될 때 법은 정의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고 잔학한 폭력이 될 수 있었다'라는 부분에서 작금의 대한민국의 무너지는 법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그 폭력적인 이면 때문인지 이곳 사람들 몇몇은 어딘가 거만하면서도 항시 주변을 경계하는 듯 보였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처럼'이라는 부분에서 어떤 사람들이 생각나면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한없이 겸손해야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진리라는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경우 얼마나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다.그리고 너무나 감성적이면서 이성적이 저자가 그 세계를 벗어나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되었고 아직 우리 사회가 너무나 정상적이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법조인으로 소신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만큼 성숙되지 못했다는 반증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눈싸움을 그치고 눈사람을 만드는 이야기라는 책 제목이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작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내면심리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그녀의 마음이 온전히 스며들어 있는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법조계에서도 자신의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그리고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의 앞으로의 삶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고 그녀의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