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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벽선사의 전심법요·완릉록 해설
황벽 지음, 나영석 해설 / 하움출판사 / 2024년 10월
평점 :
한참 불교철학에 빠져 있을때 불교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었었다. 금강경, 반야심경, 화엄경, 법화경, 벽암록, 임제록, 수심결, 선가귀감 등 수많은 경전과 선사들의 저서 그리고 성철스님, 법정스님, 청화스님, 숭산스님의 법문과 저서들 수많은 서적을 통해 깨달음에 대한 알음알이를 키워 나갔다.
모든 철학의 종착점은 진리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일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에 대해 서양철학은 진리를 바로 가리키지 못하고 진리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동양철학 특히 불교철학이나 노장사상, 성리학 등은 진리를 직접 가리키는 직지인심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아는 것이 많이 없었던 육조 혜능은 이 책에서 말하는 일심(한마음)을 깨달고 오조 홍인대사의 법통을 이어 받게 되고 불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신수스님은 일심을 얻지 못한 사실이나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는 알음알이의 지존이었던 아난존자가 부처님이 살아계실때 깨달음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 등에서 알음알이 즉 지식이라는 것이 일심(한마음)을 찾는 여정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은 황벽선사의 전심법요와 완릉록을 번역하고 해설해 놓은 책이다. 읽어보니 이 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몽땅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불경의 내용이 농축되어 있고 많은 선사들의 가르침이 농축되어 있어 이 책 한권만 잘 소화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오롯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하나 걱정이 된다면 일심(한마음) 다른 말로 진여, 부처자리, 쉽게 말하면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너무나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 오히려 일심으로 들어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일심의 자리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술술 읽어나가고 그 뜻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일심의 자리에 들어가보지 못한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알음알이로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 추가되고 깊어진 알음알이가 일심의 자리를 찾는 여정에 그 알음알이의 크기만큼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진리의 자리가 어떤 것이고 그곳에 들어가는 방법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여를 만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자신의 깨달음을 복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아직 진여를 만나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진여가 무엇이고 그 진여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