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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역사 - 우리는 왜 빠져들고, 어떻게 회복해 왔을까
칼 에릭 피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평점 :
정신과 신출내기 의사가 알콜중독으로 치료를 받으며 중독치료법이 엉망임을 알게 되고 직접 중독 의학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느끼게 되는 문제점과 중독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를 뿐 아니라 의학과 과학을 넘어 정치학과 영성, 법률, 경제학, 철학,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관통한다. 중독은 뇌질환이요 정신의 질병이고 예술적 감수성의 신비로운 표지이자 병든 사회에 맞선 혁명의 상징이고 이 책은 중독의 역사이며 중독에 관한 사상사이고 여러 시대에 걸친 중독과 치료, 회복에 관한 이야기, 의사이자 중독에서 회복한 사람으로서의 저자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중독 상태를 상당히 협소하게 보고 있으나 중독이라는 낱말은 처음부터 의학적 문제의 협소한 설명이 아니었다. 인간 상태의 핵심적인 불가사의를 이야기하는 데 쓰인 엄청나게 풍부하고 복잡한 용어였다.
유행병의 개념과 과도한 해석의 문제점, 담배와 술 등 중독 물질의 자본주의 논리와 결합한 확산 역사와 수많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관된 중독 문제에 대한 단편적 원인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독의 근본적 원인이 사회적 상처이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은 한정된 의학적 치료가 아니라 공동체 치유에서 찾이야 하고 그러한 상처를 일으키는 지배적 문화의 힘에 저항하는 공동체 치유가 중요하다.
중독치료법의 변천사와 중독을 원인을 신체적 문제로 볼 것인지 정신적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 등을 벤저민 러시의 일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리먼 비처의 음주 절제운동에서 금주운동으로의 변화와 결과, 각종 알코올 중독 관련 소설들의 영향, 도파민과 중독성 약물의 연관 관계, 금주운동의 역사, 워싱토니언 운동 등 금주운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편, 헤로인, 대마초, 코카인, 모르핀 등 약물 중독의 역사와 영국 작가들의 아편 중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중독 치료 운동의 쇠퇴와 금지와 처벌 위주의 악폐 척결 운동의 전개 등을 이야기한다.
금주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과 금지운동의 결과 약물중독자에 대한 지배적 고정관념은 심히 부정적이었고 동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알코올 중독자 모임의 형성과 역사, 마티 맨의 알콜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노력, 주류 산업계의 알콜 중독에 대한 입장과 문제점 그리고 나르코를 통한 약물중독 치료연구, 좋은 약물과 나쁜 약물의 구분에 의한 병폐 등의 이야기를 통해 금지 위주의 치료 정책과 약물의 선악 구분으로 인한 악영향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치료공동체, 미네소타 모델 등 치료모델, 중독치료제 메타돈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의 과제, 중독치료의 다원주의적 접근방식의 필요성,
인종주의적 불평등과 낙인 찍기, 규제 등으로 치료법에 대한 쓸모없는 긴장 조성 등으로 치료에 미친 악영향, 해악 축소 치료법에 대해 말하며 해악 축소의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약물사용에 관한 정책이 중독에 관한 정책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고 약물 사용은 중독과 동의어가 아니며 범죄화는 약물의 해악을 줄이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실제로 범죄화는 그러한 해악의 주된 동인인 경우가 많고 사고의 근본적인 전환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니 약물 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을 놓아주고 대신 약물 사용과 중독이 삶의 현실임을 받아들이는 정책과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실질적으로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알콜중독 치료과정을 상세히 밝히면서까지 이 두꺼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금지와 규제와 같은 강제적이고 현실을 부정하려는 치료법은 성공할 수 없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악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중독치료의 본질임을 밝히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독치료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상처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일맥상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현 우리 사회의 양보할 줄 모르고 자신의 생각만이 진리이고 상대방의 생각은 오로지 무시하고 규제하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저자가 말하는 현명한 치료법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 하는 바램으로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