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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 서점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한밤의 별빛이다
김언호 지음 / 한길사 / 2020년 1월
평점 :
'독자들은 서점에 와서 책을 살펴보고 목록을 적는다. 그러고는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는 참으로 야박한 일을 자행한다.' -288p
: 굉장히 찔리는 문장이다.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곤 한다. 또, 서점을 가더라도 중고서점부터 방문한다. 책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또한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요즘은 책과 관련된 유튜브를 시청한 후에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 책을 구매하거나 서평단에 참여해 공짜 책을 받곤 한다. 내가 서점 폐업률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졌다.
'서점에 들르면 집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남아 있어도 때로는 새 책을 사게 되지만 온라인 서점에서는 그럴 일도 없으니 책을 사는 기회와 양도 줄어든다.' -289p
: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올해부터 나는 독립서점이나 헌책방, 서점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 문장이 정말 공감되는 게 집에 안 읽은 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에 가면 이상하게 책을 꼭 사야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점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가... 독립서점에 가면 책방 지기님의 도서 큐레이션에 매료되어 마음에 드는 책을 집게 되고, 헌책방에 가면 질서 없이 쌓여 있는 책들 중에 나와 운명인 책이 있을 것 같아 열심히 둘러보고 결국은 사게 되고, 일반 서점에 가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들 속에 유난히 내 마음에 드는 표지인 책이 보이게 되어 사게 된다.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줄줄이 생겨나며 결국 카드를 꺼내고 만다.
모든 것을 전자기기로 보는 이 시대에, 나는 종이책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회귀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난 후에 내가 살고있는 지역의 서점에 방문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서점기행 책의 끝부분에는 감사하게도(?) 부산의 영광도서와 보수동 책방 골목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책을 읽고 방문한 서점은 색달랐다. 원래 영광도서는 어릴 때부터 문제집을 사러 가던 공간이라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아주 좋은 쪽으로 바뀌었달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의 매력을 알기 시작한다면, 할인율에 관계없이 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지 않을까? 나도 원래는 가격이 제일 중요하던 사람이었는데 각 서점의 컨셉, 들여오는 책,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서 구입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책의 매력을, 독서의 매력을, 서점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길.
전자책으로도 지식과 정보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자책으로 인간의 진정한 심성을 가슴으로 만날 수 있을까. 인간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육성을 들을 수 있을까. 전자책은 편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자들의 상리같은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돈을 열심히 세는 사람들은 전자책을 예찬할 것이다. 진정한 지혜와 지성이 전자책으로 가능하다고 큰 소리로 주장하느 자들은 뭔가 수상하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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