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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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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 모두 ‘지나친 마음’을 생각하고 ‘옆사람과 옆 사람의 정의’를 돌아보게 만들었어요.

특히 <좋은 교실> 단편을 읽을 땐 학습지 교사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이들이 특수고용직이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는 것, 그리하여 학습지를 사비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구조) 수업을 맡은 아이와 아들의 모든 특징을 기록하지만 결국 ’옆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미묘함을 느꼈어요.

<분실> 단편에서는 캐리어가 바뀌어 결국 자신의 짐을 못 찾는 여자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꼭 찾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해방감을 느끼죠. <아직 새를 몰라서> 단편에서는 아이를 뱃속에서 잃고 멸종 위기 새를 돌봄으로써 무언가를 충족하는 여자와, 그녀를 이해할 순 없지만 새를 위해 더 큰 욕조를, 화장실을 내주는 것에 침묵으로 동의하는 남편이 나와요.

한 장씩 천천히 넘기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오래 묵혀둔 마음이 가뿐하게 전환되는 시점엔 꼭 특별한 사건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였어요. 또, 옆에 있는 사람이 완벽한 ‘옆사람‘이 되려면, 그렇게 ’우리’가 되려면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요.

결국 두 가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내 마음을 정확히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깨달았답니다.

작가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남기는 것 같지만, 저는 이 소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기꺼운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고 느꼈어요. 이런 이야기, 더 나아가 문학이 결국은 서로에게 가닿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소설 속 인물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고, 그렇게 ’나와 너‘를 돌아보는 기회를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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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메리엠 엘 메흐다티 지음, 엄지영 옮김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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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와이리 잘 썼나요…? ..?.?.? 오랜만에 책소개 읽고 구매합니다… 엄청나게 궁금해짐!!!! ‘이름 앞에 붙을 수식어는 내가 정해’ 문단이 특히나 공감이 가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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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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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도쿄에 산 지 20년 차가 되는 작가님의 첫 에세이! 고양이처럼 대체로 누워 있고, 때때로 우다다 달렸던 일상들이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평소에 일본에 사는 한국인 주부가 도시락을 싸는 영상을 보는 듯했다. 나는 늦은 밤에 누워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때 주로 이 영상을 본다. 저분은 아침에 아이와 남편의 도시락을 챙기느라 분주할 테지만 몸에 익은 저 루틴이, 매번 다음 동작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나 여유롭고 편안해 보여서 매일 보고 있다.

결핍이 있었던 어린 시절, 도쿄와 한국에서 받은 이방인 같다는 느낌, 그로 인한 고독함,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을 잠깐 잃어버린 순간, 자주 찾아오는 우울감, 달리기를 하며 날려버린 감정 등등.. 작가님의 이야기들도 왠지 모르게 위와 같은 분위기를 안겨주었다. 도쿄에서의 모든 일은 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 이게 인생이지!’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_ _ _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똑 닮은 나를 만난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가 되는 순간이 불현듯 있다.”
_223p

가족에 대한 저마다의 사정은 언제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와 다른 배경임에도 무턱대고 이해하게 된다.

나도 작가님처럼 타 지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자주 외로움을 느껴서인지 더욱 공감이 됐다. 이런저런 일을 혼자 해결하다 보면 엄마 생각이 더욱 난다. 그러다 보면 그때의 엄마를 떠올리고, 난 역시 엄마를 닮았다며 미소를 짓다 금세 울어버리는 그런 날들이 왕왕 생긴다.

나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말에는 그저 ‘느긋한 삶의 태도’만 있지 않드. 여기엔 타인은 강요할 수 없는 진정한 나의 선택을 따르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고, 성장이 더디더라도 아껴주고 존중해 줄 것이 포함되어 있다.

대체로 누워 있다 때론 우다다 달려도 좋으니 어느 곳에서든 마땅히 행복하자고 말해주는 작가님의 문장들 덕분에 오늘 하루를 알차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

최근에 에세이를 안 읽다가 오랜만에 읽었는데 누군가의 내밀한 삶을 읽는 기분은 언제나 산뜻한 일이라고, 역시 에세이의 이런 맛은 끊을 수 없음을 되새겼다. 앞으로 펼쳐질 작가님의 일상도, 우리의 인생도 낭만으로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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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이웃
서수진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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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자마자 “다정한 이웃”이라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과 함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가 떠올랐다. 사랑이 많은 남편과 귀여운 아이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매일 다른 드레스를 입으며 이웃에게 많은 걸 베푸는 애슐리. 몇 개의 쌀국수 체인점을 보유한 남편이 있으며 성실히 교회에 나가고 믿음이 강한 도은.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모시고 있지만 누구보다 명랑하고 주위 이웃에게 사려 깊은 한나. 자신의 남편과 남편의 어머니를 끔찍이 챙기는 미아. 이 넷의 관계성은 멀리서 보기엔 단단하고 다정해서 서로에게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 또,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오는 외로움을 버텨내는데 힘이 되어주는 관계인 듯했다. 그러나 각자의 충격적인 사정이 하나둘 밝혀질 땐, 과연 이들은 다정한 이웃이 맞는지부터, 이들이 정의하는 ‘다정’은 대체 무엇인지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의심은 아래와 같은 질문들로 이어졌다.
각기 다른 중독에 걸린 4명의 남자들은 어쩌다 저런 인생밖에 못 사는가. 그럼에도 나는 떳떳하다고. 남들과 같이 평범하다고 말하는 저 남자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이지경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잘못된 믿음을 고치지 못한 4명의 여자들은 왜 다 다른 방식으로 불행을 감내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원래 그들의 모습대로 되돌릴 수 있는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데도 계속 기도를 하는 주인공 한나처럼 나도 작게나마 희망을 품게 돼버렸다.

그런데 왜 나는 남자가 사고를 치고 여자가 뒷수습을 하는 모습에 기시감을 느끼고, ‘환멸’이라는 감정을 여기서도 경험하고 있는가. 왜 또 부부관계면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사실혼 관계면 남자는 결혼을 원하지 않는데 임신은 시키는 건가. 이런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면 여자들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난다. 실은 남자들이 쓰레기인 건데도. 서수진 작가님은 그들을 한심하게 느끼다 문득 ‘하. 지금 잘못한 게 누군데.’ 이런 깨달음을 스스로 얻을 것을 노린 건지 궁금해졌다. 동시에 희망은 참 잔인하다고 느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애슐리를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던 남편 레오는 알고 보니 그저 섹스 중독이었고 애슐리에게 오픈 메리지까지 강요했다. 거기다 도은의 남편, 후이는 스토킹하는데 숨겨진 가정이 있는 것까지 모자라 애슐리를 스토킹하고 있었다. (한나의 남편 경한은 도박 중독, 미아의 남편은 마약 중독이다.) 이렇듯 제각각의 방식으로 네 커플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4명의 여자들은 자신이 속한 ‘교민 커뮤니티’에서 배척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한나는 안 좋은 일을 당한 건 너의 죗값이고 신의 심판이라고 얘기하는 구절이 잔인하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저 기도를 간절히, 계속해서 반복했고 애슐리를 배신한다. 미아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기로 결심하며 남편을 버리고, 한나를 고발한다. 도은은 자신의 방법대로 후이를 처리하고, 애슐리는 남편의 모든 만행을 그의 회사 동료에게 말한다. 표면으로는 이웃을 위하는 척하면서 결국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교민 사회에 소문이 안 나는 게 좋지만, 만약 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기 위해 말이다.

그렇게 노력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다정은 ‘위선’이었다.
시작이 유일하게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것임에도, 그들은 창대해질 미래를 그리며 미약한 시작을 애써 무시했다.

소설의 끝엔 명확하게 해결된 것도 없고, 이들의 위태로움이 괜찮아지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넷의 관계성은 더욱 모호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꼭 문학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는 없지만 『다정한 이웃』이 선사하는 가치는 견고하다. 벗어나고 싶었던 자신의 밑바닥, 드러낼 수 없었던 치부를 끝까지 숨기기 위해 일삼았던 위선은 주변인보다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우리는 앞으로 때론 이런 관계와 상황에 처해질 것인데 어쩌면 최악의 선택만 할 수 있다는 것. 순간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뒤집어진 와인잔처럼 손쓸 수 없다는 것. 겉에서 보면 역시나 한 사람의 모든 것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것, 우린 어쩔 수 없이, 나름대로 각자의 아픔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잘못된 연대가 더욱 아픔을 극대화한다는 것. …

삶은 단번에 무너질 수 없다. 이미 나고 있던 균열을 계속해서 놓치거나 그저 믿음만 있으면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인생을 서서히 파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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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사이 - 애매 동인 테마 소설집
최미래 외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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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야만, 올무, 이미, 양말, 운명.

《애매한 사이》는 애매 동인 6명이 ‘ㅇㅁ’에 들어갈 각자의 단어를 고르고, 이 단어에서 뻗어나간 글이 담긴 앤솔러지이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짐작도 안 가는 단어들을 인지한 후엔, 이 단어들이 가리키는 한 곳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나는 때론 상대방의 입맛을, 두 번의 참사가 일어난 사실을, 알 수 없는 도시 아래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떠나왔고 계속해서 떠나갈 미친 세상에서의 일상적인 소식을, 정말 없어도 괜찮았을지 곱씹는 행위를, 서로를 완전히 저당 잡는 삶을

계속해서 기억해 내는 ‘마음‘이라 이름 붙이고 싶었다. 당신이 써나갈 글 한 쪽 한 쪽을 사랑하는 애매(愛枚) 동인처럼, 글에는 서로를, 혹은 사물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듯, 빈틈없이 환했다❞_115 <파수 破水> 中

기계에 팔이 말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있는데, 청소를 하다 죽은 채로 발견된 노동자가 있는데, 누군가 만든 집에서 고문을 당하며 죽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이 도시는 아무 일도 없고, 없을 거라고 알려주고 있을까.

❝그런데 정말 없어도 괜찮았을까? 요즘 나는 시도때도 없이 그해 여름에 쓴 일기를 펼쳐보곤 한다❞_179p <볕과 끝> 中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그렇게 닮아갔던 그들,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도 뜨거운 여름 같았던 그들, 불안함에서 안락을 느끼는 그들. 그들의 사랑은 정말 괜찮았을까? 진짜 이런 사랑이 바로 옆에 존재하는 것만 같아서 내 사랑도 아닌데 괜히 걱정했다.

다른데 사랑할 수 있지 않나? 달라서 더 좋지 않나?
다르니까 기억해야 하지 않나? 너무나 다른 우리도 믿을 수 있지 않나?

‘ㅇㅁ’이 들어간 글도 이렇게 다른데.

마음은 참으로 얄팍하고 미묘한 것이라서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이 소설들은 그럼에도 그다음을 기어코 기억하려고 한다. 또, 희미한 곳이든 투명한 곳이든 가보려고 한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나아간다.

애매 동인이 표현한 현실과 우리의 삶이 늘 맞닿아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나도 함께 애매하게 앞으로 갈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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