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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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도쿄에 산 지 20년 차가 되는 작가님의 첫 에세이! 고양이처럼 대체로 누워 있고, 때때로 우다다 달렸던 일상들이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평소에 일본에 사는 한국인 주부가 도시락을 싸는 영상을 보는 듯했다. 나는 늦은 밤에 누워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때 주로 이 영상을 본다. 저분은 아침에 아이와 남편의 도시락을 챙기느라 분주할 테지만 몸에 익은 저 루틴이, 매번 다음 동작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나 여유롭고 편안해 보여서 매일 보고 있다.

결핍이 있었던 어린 시절, 도쿄와 한국에서 받은 이방인 같다는 느낌, 그로 인한 고독함,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을 잠깐 잃어버린 순간, 자주 찾아오는 우울감, 달리기를 하며 날려버린 감정 등등.. 작가님의 이야기들도 왠지 모르게 위와 같은 분위기를 안겨주었다. 도쿄에서의 모든 일은 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 이게 인생이지!’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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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똑 닮은 나를 만난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가 되는 순간이 불현듯 있다.”
_223p

가족에 대한 저마다의 사정은 언제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와 다른 배경임에도 무턱대고 이해하게 된다.

나도 작가님처럼 타 지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자주 외로움을 느껴서인지 더욱 공감이 됐다. 이런저런 일을 혼자 해결하다 보면 엄마 생각이 더욱 난다. 그러다 보면 그때의 엄마를 떠올리고, 난 역시 엄마를 닮았다며 미소를 짓다 금세 울어버리는 그런 날들이 왕왕 생긴다.

나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말에는 그저 ‘느긋한 삶의 태도’만 있지 않드. 여기엔 타인은 강요할 수 없는 진정한 나의 선택을 따르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고, 성장이 더디더라도 아껴주고 존중해 줄 것이 포함되어 있다.

대체로 누워 있다 때론 우다다 달려도 좋으니 어느 곳에서든 마땅히 행복하자고 말해주는 작가님의 문장들 덕분에 오늘 하루를 알차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

최근에 에세이를 안 읽다가 오랜만에 읽었는데 누군가의 내밀한 삶을 읽는 기분은 언제나 산뜻한 일이라고, 역시 에세이의 이런 맛은 끊을 수 없음을 되새겼다. 앞으로 펼쳐질 작가님의 일상도, 우리의 인생도 낭만으로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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