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순례자 - 영적 깨달음을 구하는 순례자의 이야기 가톨릭 클래식
최익철 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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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례자가 성경과 자애록이라는 책을 가지고 다니며 길에서 마주하는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심 기도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도와 성경의 중요성에 대해 각인시켜 준다. 내심 기도, 또는 예수 기도라 함은 들숨과 날숨에 함께 주님께 드리는 기도를 통해, 내가 숨 쉬는 이 순간 항상 함께 하심을 알고 함께 계시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마음이 닿는 데로,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에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고 감정이 이끄는 데로 생각하고 행동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지키는 사람이었다면, 바쁜 출퇴근 길에도 양보 운전 한 번이라도 하며 인류애적인 날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배려를 받는 순간마다 그제야 깨닫고 배려하는 수동적인 실천을 해 왔다.

스스로 기도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인식했던 건, 위험한 순간 속에서도 의탁하지 않고 혼자 모든 걸 견뎌내던 모습을 알고 나서였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심을 알고 나서야 나를 지켜봐 주고 계시다는 걸 깨닫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 속의 순례자가 알려주는 내심 기도를 연습하며 부족한 신심을 다시 차곡차곡 채워보는 것이다.

성경 구절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성가 한 구절이 있다.

선한 사람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하늘나라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15,7)



“내심으로 하는 끊임없는 ‘예수 기도’란 예수님이 자신 앞에 계시 다고 생각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잠들었을 때 조차, 항상 생 각과 마음으로 예수님의 이름을 끊임없이 줄곧 부르는 기도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렇게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호칭 기도를 계속하는 사람은 마음에 큰 위안을 얻고 이 기도의 효능을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입술과 마음과 생각으로 예수님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는 기도를 하게 됩 니다. 이렇게 꾸준히 기도를 하다 보면 이 호칭 기도를 안 하고는 못 견디게 되고, 그 기도가 절로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게 될 것입니다.”

p.29


“형제님은 사람이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 해 주십니다.’(1코린 10,13)라는 성경 구절이 있지요. 이처럼 일찍이 성 인들은 하느님이 자신들을 도우실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으로 온갖 시련을 이겨 나갔습니다. 그에 더하여 그들은 기도하는 일로만 소일 한 것이 아니라, 애덕으로 남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데 최선을 다했 습니다.”

p.107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친 신부님께 제가 궁금한 부분을 여쭤 보았습 니다. “영적 빛을 얻어 영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거야 조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성경을 주의 깊게 꾸준히 읽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지각의 빛을 발견하 게 되고, 영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영적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에는 기도가 있지요. 기도는 되도록 순수하고 열렬한 마음으로 짧게 바쳐야 합니다. 그리 고 이 짧은 기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 야 기도의 참맛을 알게 되니까요.”

p.198


내적 기도로 자신을 가득 채우면, 약하고 차가운 영혼에 불이 붙고 강해집니다. 그래서 기도의 성공을 목표로 기도를 실천하게 되는 것입니다. 니네베의 이사악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쁨은 영 혼에 대한 매력이고 마음에 피어나는 희망이며, 그러한 희망으로 명상하면 행복해진다. 이러한 기도 훈련에는 기도의 방법을 익히려 는 열정과 기도의 완성을 향한 희망이 전제된다. 이 두 가지는 기도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져 주고, 기도의 목표를 이루도록 노력하게 하므로, 기도 훈련에 도움이 된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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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곳의 빛 - 어둠을 넘어서는 희망의 빛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 지음, 김희정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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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덮쳐 오면서 우리는 코로나가 없던 때와는 조금 다른 양상의 삶을 살아간다. 코로나 확산 초기만 해도, 사는 곳 근처에서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 혹시 겹치지 않았을까 벌벌 떨었던 시기와는 달리, 이제는 일상이 되어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무뎌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코로나로 인해 가족을 잃고, 일상의 당연한 삶을 잃어버린 이들의 마음까지도 무뎌질 수는 없다.

이 책은 내 주변인이 고민할 수 있을법한, 코로나로 슬픔을 겪는 이들의 사례와 함께 신부님의 따스한 한마디가 담겨있다. 신부님은 책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겪고 있는 상황을 지나갈 수 있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오늘 들은 미사 강론과 저자 신부님이 하는 말씀에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도를 멈추지 말고 늘 함께 할 것. 이런 때일수록 더 매달려 기도하고 의지한다면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빛은 힘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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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찾다
문재상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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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여행 도서가 유행한 이후로 누군가의 여행기를 접한 건 오랜만이다. 이 책의 저자 신부님이 40일 동안 겪은 일은 나로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욱 값진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신부님께선 길 위에서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꽤나 만나셨고 그들의 많은 도움으로 40일의 무전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는데, 당시 학사의 신분을 감추고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했음에도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나타나 기꺼이 도움을 줄 수가 있는지 팍팍한 현대에 찌들어 나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바쁜 현실을 반성을 하게 되고, 변해버린 나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내가 책을 읽는 내내 신부님을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의심했던 건, 무전여행기의 대략적인 연도를 2005년이라고 추측해보자면, 16년 전의 인심과 근래 사람들의 인심에는 꽤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점점 더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사회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사회 초년생을 만날 때마다 느끼기에 요즘도 기꺼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호감이 생기는 사람을 만나면 나를 열어 내가 그에게 할 수 있는 호의를 보이곤 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많아 상처받는 날들이 많았다. 그걸 몇 년이고 반복하고 나서야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열어보, 베풀 수 있는 호의에도 선을 긋기 시작했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기에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1~2년은 족히 봐야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런 내가 베풀어야 할 때와,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 할 때 늦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길 위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존재할까 의심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신부님이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조건 없는 베풂을 받은 데에는 분명 그분의 뜻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의심의 결말은 스스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보면 마침표가 찍혀질까. 내어 맡김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며 깨닫게 된다.


함께 여행한다는 건 서로를 알아 가는 길. 여행을 하면 사람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 걸까. ‘용태와 나는 이 40일의 여행이 끝나고도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여행에서 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하더 라도, 그 모습 역시 그 사람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여행을 할 때 비로소 본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 또한 그 사람의 일부라는 생각. 이전까지 내게 보여 주었던 모습은 가식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친구란, 그 모습 까지도 감싸 주는 사이가 아닐까.

-p56

언제나 그랬지만, 우리가 도움을 받는 것은 부자에게서가 아니었다. 아주 평범한, 가진 것도 별로 없는 분들에게서였다.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빵집 아저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식당의 아주머니, 성당에서 마주치는 형제자매님들, 이런 분들의 도움이 우리에게 훨씬 따뜻한 감동을 주었다. 부유한 이가 아니라 없는 이들이 더 쉽 게 내어 줄 수 있다는 역설. 없는 이들이야말로 없는 이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강생의 신비인가, 낮아져야, 비로소 도울 수 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가난은 우리를 향한 그분의 끝없는 사랑에서 오는 것.

-p158

그렇게 36일간의 동반은 막을 내렸다. 이제 용태는 용태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을 차례. 생각해 보면 나만 길 위에 있는 것이 아 니라, 용태 역시 길 위에서 나름의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겠지. 우리 네 삶이란 원래 끝없는 길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리라. 끝도 보 이지 않는 이 길, 이 먼 길 끝에서 무언가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 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아니던가. 벗이여, 그대의 길을 잘 걸어가시기를. 나 역시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려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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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딴짓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성서 지음 / 굿웰스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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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알게 된 이 책은 신혼여행 가방에 챙겨가 숙소에서 쉬는 틈틈이 챙겨 보았다. 작가님이 겪고 깨달은 결혼생활과 남편과 살아가는 법이 담긴 신혼 가이드 같은 책이었다. 아직 남편과 한 집에 살아보진 않았지만 맛보기를 한 느낌이었다. 오늘이면 신행이 끝나고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되기도 하고, '남편이 딴짓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에서 미리 보기 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면 슬기롭게 잘 대처해서 싸우지 말고 잘 살아야지 하는 포부도 생겼다. 책을 보기 전엔 신혼생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막역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일상으로의 복귀가 마냥 두렵지 않고 기대감이 생긴다.



<본 서평은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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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의 의심 포용하기 - 당신의 믿음에 나쁜 의심은 없다
안셀름 그륀 지음, 황미하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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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종교에 대해, 신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고 무조건 믿어야 하는 걸까.

갓 세례를 받았던 4~5년 전의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논리적으로 논쟁하여 이길 수 있을 만큼의 확신을 가진 건 아니지만 신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 역시 과거의 나처럼 그런 편에 속하지만 때로는 진짜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제 종교에 대해 확실히 믿지 못하고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때도 있었다. 내가 그 대답을 대신해 줄 순 없었지만 의심을 가진 종교인은 오히려 의심하지 않는 이보다 낫다는 걸 책을 보며 알았다. 개인의 발전과 더 튼튼한 믿음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책은 성경 속 성인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의심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성인들 또한 의심을 했다는 걸 인식시켜 건강한 의심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종교에 대한 의심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의심, 상대방에 대한 의심,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가지는 의심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인생의 지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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