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사십대 작가 오스카는 도서 홍보 담당자인 이십대 여성 조에에게 미투 고발을 당했다. 오스카는 자신의 무결함을 주장하고 미투 여성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조에는 운영하는 페미니즘 블로그에 그를 폭로 한다. 또한 오스카는 아름다운 레베카도 오십이 넘어 나이는 외모를 비하 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레베카가 그 게시글을 발견한다. 시작은 레베카의 신랄한 악담의 메일이었지만 그 후 서로 메일을 주고 받게 된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봤습니다. 어깨에 똥을 싸지르는 비둘기보다 당신이 나은 게 하나라도 있을까요? 역겹고 불쾌하기 짝이 없군요. "왈왈왈, 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허접한 머저리입니다. 사람들 주목을 받고 싶어 칭얼거리는 개새끼입니다." (p.8)
누군가 당신의 약점을 들쑤시고 다니고, 그걸 찾아내서 당신을 무너뜨렸다는 수치심. 그러 한 수치심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는지. 그런데 누구도 거기 에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스스로 를 방어할 방법이 없었다고요. (p.34)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자리에, 고용주에게 살해당한 직원을 넣고 상상해보세요. 여론은 급격히 강경해질 겁니다. (p.87)
우리는 일일이 이름 붙이지 못할 만큼 잔인한 신을 많이 숭배합니다. 자유주의라는 이름하에 시스템의 톱니바퀴를 고안하여, 몇몇의 이익을 위해 모두에게서 일할 기회를 빼앗는 비극적인 잔인성을 행하기도 합니다. 변변찮은 잉여를 생산 하기 위해 지구를 훼손하죠. (p.220)
견고하게 서 있는 벽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남이 아닙니다. (p.227)
감정은 당신을 복종시키기도 합니다. 늘 미소를 띠다가도,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어요. 감정은 당신을 뒤죽박죽으로 휘저어 놓습니다.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듬을 수 있는 수공예품이나 개인의 창 작물이 아닙니다. 감정은 도자기 그릇이 아니니까요. (p.285)
"시간이 지나면 고통도 줄어드니까 용서할 수도 있지만 화하려고 애를 쓸 수 있어. 화해를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우리 에게 저지른 악을 용서하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야."
각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서술 방식은 이야기를 더욱 몰입감을 준다. 1인칭 시점으로 본 상황들은 깊은 공감을 주기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분노를 일으킨다.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읽기도 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은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 사회에서도 만연한 고립과 혐오들을 마주하게 된다. 본질이 불분명하게 흐려진 진흙탕으로 변하는 미투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로 보지 않고 여성의 행동거지를 비난하며 물을 흐리고, 약자는 은연중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자만심과 나이에 대한 차별 등 많은 혼란스러움이 등장한다.
미투 고발에 대해 반성의 기미는 없고 억울함만 토로하며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그저 실수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년은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불행한 사람인 점을 부각 시키지만 이런 이유들은 절대로 이해받을 수 없는 범죄자들의 이기적인 변명일 뿐이다. 책의 제목처럼 남성우월주의 오스카를 욕하면서 읽다 보니 정들어버려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친애하는 개자식이 되었다.
성별과 세대, 계급, 퀴어, 약자의 혐오사회를 날카롭고 신랄한 표현의 파격적 이야기,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도서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