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로직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유인경 옮김 / 태동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야마다 에이미의 두 권짜리 소설이다. 뉴욕에 사는 자유분방하고 합리적인 성격의 흑인 여성 재스민과 재스민의 혈액속에서 살고 있는 수수께끼의 생명체 블러드, 그리고 재스민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블러드이다. 그(?)는 재스민의 혈액속에서 그녀가 보고 느끼는 것을 함께하면서 때론 그녀의 삶에 조금씩 개입을 하며 살아간다. 그는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가진 그녀를 사랑한다.

이 소설은 글쎄.. 왠 일본인이 흑인여성의 이야기를… 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주요 소재는 인종차별. 재스민을 통해서 작가의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다.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재스민은 멋지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냄새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쿨한 그녀의 생활방식보다는 비틀리고 때론 추악한, 여린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나리세의 캐릭터들이 더 와닿는게 요즘의 나이다. 조금 불쾌했던 것은 아주 잠깐 등장하는 한국인이 다소 고약스런 이미지로 그려져서일까. 아. 나는 이런 것에 얽매이는 것이다-_-;

여러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지만,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한 게이커플의 이야기이다. 백인인 폴과 흑인인 잭은 서로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잭은 에이즈보균자이다. 소설에서 잭은 꽤 예쁘고 매력적인 외모로 그려지는데, 에이즈에 감염되기 전엔 꽤 바람둥이었다. 그가 에이즈에 감염되고 폴과 잠자리를 할 수 없게 되자, 폴은 밖에서 남자를 찾고 잭 역시 그것을 묵인한 채 다른 남성과 관계를 갖는다. 폴은 더할나위없이 잭에게 사랑을 보내지만 잭의 앞에 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남자를 찾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쓸쓸했다. 그리고 그런 폴을 보면서 그는 한편으론 폴도 감염되어 함께 죽고 싶어하는 마음 역시 가지고 있다. 그렇게 잭 역시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는다. 그렇게 자신이 에이즈를 퍼뜨리면 언젠가 폴이 거기에 감염되지않을까 생각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이 커플의 모습은 마음을 푹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참 연락이 되지 않아 둘을 찾은 재스민은 심장마비로 죽은 폴과 그가 죽은 며칠동안 썩어가는 시체의 손을 꼭 잡고 주저앉아있는 잭을 발견한다. 잭은 단지 함께 손을 잡고 있기를 바랬을 뿐이라고 오열한다.

간혹 극악스럽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얘기를 해서 딱딱해질수있는 소재를 흥미있게 엮어가고 있다. 더불어 이 블러드란 캐릭터 역시 재미있기도 했고.

어찌보면 인간관계에 벽을 치고 살아가고 있던 그녀에게 흑인소년 소울과의 만남은 굉장히 특별한 것이다. 그들은 묘하게도 각자의 피맛을 알게 되고, 마지막 화장한 그녀의 재를 한입 먹어버린 그는 그녀와 또 블러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횡설수설 감상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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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아내
시라쿠라 유미 지음, 김자경 옮김 / 제이북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만으로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난독증에 걸린 추리소설작가와 서른다섯살로 대학에 들어가 스무 살 행세를 하는 아내의 이야기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은 어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동화 같다. 어른이 되기 위해 한가지씩 마음을 치유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혼자서 크는 아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바람소리의 이야기도 예뻤고,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스무살을 넘기지 못하는 마미미가 꿈속에서 카스텔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이인 모습은 왠지 만화같잖아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공감해버린다. 카스텔라를 만들어서 숲속의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이 이야기의 종결인데,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달걀을 깰 수가 없다. 내 안의 달걀은 언제 깨지게 될까. 그것은 현재 스무살을 살고 있는 마미미와 그의 남편, 그리고 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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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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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두 시간만에 배수아의 소설을 읽은 이래로 가장 빨리 읽어버린 소설이다. 나는 여성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본래 수필을 좋아하는 관계로 그런 분위기의 소설도 즐겁게 읽는 편이다.
그녀의 글은 딱딱하지도 현란하지도 않게,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유쾌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사랑, 결혼에 관한 주제인데, 이 것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소설엔 소꿉친구인 두 친구가 등장한다. 각각의 시점으로 반복되는 형식인데, 전혀 상반된 성격의,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결혼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는 루리코와 남성과 사랑을 믿지 못하는 모에.
루리코는 모에의 남자친구를 가로채 세 번째 결혼을 하지만 결국 결혼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되자 망설임 없이 이혼장을 던지고 홀로 선다. 그 동안은 남성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써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사랑함으로써 행복을 찾으려 하는 용기 있는 당당함이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러웠다. 물론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게이를 열렬히 사랑해버린 것은 조금 고난이 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노처녀 모에(라고는 하지만 28일뿐이다-_-). 그녀는 능력있는 직장 여성이지만, 과거 진심으로 사랑하던 남성에게 간강을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서인지 사랑도, 남성도 믿지 못한다. 남성과의 섹스는 좋아하지만, 그 이상의 발전은 하지 못한다. 가키자키와의 만남으로 잠시 흔들리던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접게 되고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 소년의 아이를 갖게 되며 마침내 기쁨을 갖게 된다.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듯 하지만 두 여성은 스스로에게 당당하다. 서로의 다른 성격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비난하기보다는 사랑스런 눈길을 보낼 수 있다. 여성의 인생에 결혼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기분좋게 덮을 수 있는 책이다.
꼭 행복할거라고 외치는 루리코를 보면서 나도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나도 꼭 행복해질거라고.

"그럼 불행을 생각하는 것은 현실이고, 행복을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란 말인가요?"
"보통은 그렇지."
"후미 씨, 내가 아는 사람중에, 머리 엄청나게 좋고 일도 열심히 잘하던 애가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정신 장애를 일으켰다구요. 아직도 회사에도 복귀하지 못했어요. 대기업에 취직해서 평생 편안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더니 회사가 망하지를 않나,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나. 시집 잘 갔다고 좋아하던 애가 사고로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겨우겨우 애 키우고 있다구요. 앞날은 아무도 몰라요. 그거 양쪽 다 환상 아닌가요? 그렇다면 행복한 쪽을 생각하는 게 좋잖아요. 그 편이 훨씬 더 즐겁게 살 수 있고."
후미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이죠, 나는 행복해진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죠. 난 항상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인데. 절대 인생을 포기하지 않아요. 열심히 분발하고 있다구요. 그런 내가 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거죠."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관철하는 것이 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들 참는 쪽을 택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호의 덕에 편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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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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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섬세하고 예쁜 문장들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수필 같은 느낌이랄까.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드는 소설. 얇은 책자에 예쁜 표지와 삽화. 가볍게 읽기는 괜찮은 듯 하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작가는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만큼 힘든 것인가를 말하고 싶은 듯 했지만, 그다지 닿지가 않았다. 그냥 주인공이 말하는 대로 그런가보다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그나저나 이 소설도 무슨 문학상을 받은 듯 한데, 일본의 문학계 분위기라는 게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다. 소설이라는 것이 꼭 무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뒤에 짧은 단편 두 개가 더 실려있는데, 식물들의 호흡’은 꽤 느낌이 좋았다. 밤’은 그래서? 라는 느낌이랄까. 화장실 갈 때 들고 가면 좋을 책이다라고 평하는 것은 너무 악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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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의 교실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12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4년 12월
평점 :
절판


재판해주세요-_-;;

아. 드디어 읽었습니다. 야마다 에이미의 당당한 날카로움을 좋아하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세 편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녀의 초기작품이라서인지 힘이 실려 있군요.
어른의 처세술을 조금은 알고 있는 똑똑한 소녀 안은 어느 시골 학교에 전학을 가게 됩니다. 처음엔 예쁜 얼굴과 옷, 말씨로 선망을 받게 되지만 그녀가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요시자와 선생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자 그것은 질투와 괴롭힘으로 바뀝니다. 반 아이들 전체가 그녀를 괴롭히게 되는 상황에서 성장해가는 내용이라고 할까요. 이 소설은 왕따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도, 성장소설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야마다 에이미. 이 작가는 언제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어 글을 쓰고 있고, 이 단편을 읽으면서도 뚜렷하게 와닿습니다.
아이들의 괴롭힘이 극에 달하자 안은 죽음을 결심하지만 우연히 어머니와 언니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을 접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서 한 선생님의 모기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됩니다. 그녀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하나씩 그들을 마음에서 죽여나가는 그 것. 풍장의 교실.

나는 지금 자신 속에 새로운 감정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책임이라는 말에 이어, 내 마음 밑바닥에 항상 자리하게 되겠지요. 내가 탄생시킨 살인법은, 경멸이라는 두 글자였던 것입니다. 인간을 죽인다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남자아이의 신발에 욕망을 느끼는 내가 인간이라면, 나는 그녀들을 나와 같은 위치에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선 나는,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을 동물로까지 끌어내립니다. 그리고 나서 조금씩 조금씩 죽여 가는 것입니다.

에미코는 요즘, 침울해 있기 일쑤입니다. 나를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요시자와 선생님의 사랑이 나한테로 옮아간다는 걸 안 거겠지요. 어리석은 아이. 모든 건 그 애가 만든 일입니다. 나는 그 애한테 동정까지 느낄 정도입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가게 만든 사람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에미코가 죽어 가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는 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시체에 흙을 덮어 줄 정도로 친절하진 않습니다. 죽은 사람을 들에 내버려 두는 것을 풍장(風葬)이라 한다고 합니다. 그건 잔혹한 풍습인 걸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도 들판을 걷는 걸 좋아합니다. 지면을 힘차게 밟고 서서, 풀이나 나무의 냄새를 맡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인생에 아득하게 펼쳐진 죽음의 침상(寢牀)의 존재를 느낍니다. 그건 아주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내 마음은 여전히 그에 이끌립니다. 하지만 풀이나 나무는, 나를 죽이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그냥 풀과 나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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