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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두 시간만에 배수아의 소설을 읽은 이래로 가장 빨리 읽어버린 소설이다. 나는 여성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본래 수필을 좋아하는 관계로 그런 분위기의 소설도 즐겁게 읽는 편이다.
그녀의 글은 딱딱하지도 현란하지도 않게,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유쾌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사랑, 결혼에 관한 주제인데, 이 것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소설엔 소꿉친구인 두 친구가 등장한다. 각각의 시점으로 반복되는 형식인데, 전혀 상반된 성격의,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결혼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는 루리코와 남성과 사랑을 믿지 못하는 모에.
루리코는 모에의 남자친구를 가로채 세 번째 결혼을 하지만 결국 결혼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되자 망설임 없이 이혼장을 던지고 홀로 선다. 그 동안은 남성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써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사랑함으로써 행복을 찾으려 하는 용기 있는 당당함이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러웠다. 물론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게이를 열렬히 사랑해버린 것은 조금 고난이 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노처녀 모에(라고는 하지만 28일뿐이다-_-). 그녀는 능력있는 직장 여성이지만, 과거 진심으로 사랑하던 남성에게 간강을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서인지 사랑도, 남성도 믿지 못한다. 남성과의 섹스는 좋아하지만, 그 이상의 발전은 하지 못한다. 가키자키와의 만남으로 잠시 흔들리던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접게 되고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 소년의 아이를 갖게 되며 마침내 기쁨을 갖게 된다.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듯 하지만 두 여성은 스스로에게 당당하다. 서로의 다른 성격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비난하기보다는 사랑스런 눈길을 보낼 수 있다. 여성의 인생에 결혼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기분좋게 덮을 수 있는 책이다.
꼭 행복할거라고 외치는 루리코를 보면서 나도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나도 꼭 행복해질거라고.
"그럼 불행을 생각하는 것은 현실이고, 행복을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란 말인가요?"
"보통은 그렇지."
"후미 씨, 내가 아는 사람중에, 머리 엄청나게 좋고 일도 열심히 잘하던 애가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정신 장애를 일으켰다구요. 아직도 회사에도 복귀하지 못했어요. 대기업에 취직해서 평생 편안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더니 회사가 망하지를 않나,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나. 시집 잘 갔다고 좋아하던 애가 사고로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겨우겨우 애 키우고 있다구요. 앞날은 아무도 몰라요. 그거 양쪽 다 환상 아닌가요? 그렇다면 행복한 쪽을 생각하는 게 좋잖아요. 그 편이 훨씬 더 즐겁게 살 수 있고."
후미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이죠, 나는 행복해진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죠. 난 항상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인데. 절대 인생을 포기하지 않아요. 열심히 분발하고 있다구요. 그런 내가 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거죠."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관철하는 것이 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들 참는 쪽을 택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호의 덕에 편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