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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 -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
올더스 헉슬리 지음, 조옥경 옮김, 오강남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영원의 철학
저자 : 올더스 헉슬리
옮김 : 조옥경
출판사 : 김영사
올더스 헉슬리.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미아친의 [우리들] 과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문학이라 불리는 [멋진 신세계]의 저자. 그는 멋진 신세계를 통해 과학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성의
상실과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려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헉슬리가 예견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와 과학, 예술 분야를 두루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남겼던 그가
동양의 신비주의와 영성 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올더스 헉슬리 하면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고 암울한 미래상을
그려낸 저자가 영성이라는 분야에 얼마나 깊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읽어본
이 책의 깊이는 쉽게 단정할 수 없을 만큼 깊다.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들어왔다. ‘영원의 철학’. 영원이란 사전적으로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니까 끝이 없고 변함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철학은
말 그대로 어떤 문제에 대한 사유(思惟)의 결정체일 것이다. 즉 영원의 철학은 인류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탐구했던 사유의 결정체라는 의미가 된다. 저자인 헉슬리는 다음과 같이 영원의 철학을 정의한다.
‘영원의 철학’은 세계의 본질인 ‘신성한 실재’를 인정하는 형이상학이자, 인간의 영혼에서 ‘신성한 실재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심리학이며, ‘모든 존재의 내재적이면서 초월적인 바탕에
대한 앎’을 인간의 최종 목표로 두는 윤리학으로 ,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져온 보편적인 개념이다. 모든 원시민족의 전통 구전설화에서 영원의 철학의 기초를 발견할
수 있으며, 모든 고등종교에서 완전하게 발달된 형태를 찾을 수 있다.
– p14
그러니까 헉슬리에 따르면 영원의 철학이란 종교적 관점에서 많은 종교들이 공유하는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으로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유일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를
의미한다.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 니츠는 ‘역사를 초월해서
전승되는 형이상학적 근본진리’라는 말로 영원의 철학을 표현함으로써 결국 종교니 과학이니 이런 것 들을
넘어서는 초월적 근본 진리를 영원의 철학이라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헉슬리는 종교적 관점에서 영원의
철학을 풀어낸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언급한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와 같은 세계의 고등종교들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의
근본 진리에 대한 탐구가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되고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이 책의 역자인 조옥경님은 설명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보편적 진리의 핵심을 설명했다.
첫째, 물질, 생명, 정신권의 근본바탕에는 신성한 실재가 존재하며, 모든 현상은 그러한 실재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둘째, 신성한 실재는 분석적 사고를 통해서는 포착할 수 없으며, 더 높은
차원의 직관적 통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셋째, 인간은 현상적
자아(ego)와 영원한 참자아(Self)라는 이중성을 지니며, 참자아는 신성한 실재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넷째,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러한 실재와 경험적으로 합일하는 데 있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보편적 진리를 찾아가기 위해 400여편이 넘는
인용문을 담고 있다. 가톨릭 신비주의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윌리엄 로, 십자가의성 요한, 성 프랑수와 드 살과 같은 성직자의 글들을 비롯해서
세익스피어, 톨스토이와 같은 문학 대가의 글도 인용했으며 동양의 노자,
장자와 힌두 경전인 [우파니샤드]와 [바가바드기타], 불교 경전인 [능가경],[육조단경],[법구경],[금강경]등 수 없이 많은 책들 속에서 보편적 진리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노력은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영원이라는 명제를 통해 모든 종교를 관통하여 인간이 근본적으로 갈망하는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읽혀진다. 저자의
주관성이 작다는 것은 그 만큼 독자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일독(一讀)을 마친 내가
이 책을 평가하거나 책 속의 문장들을 나의 언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욕인지도 모른다. 그 만큼
책이 어렵기도 했지만 책에서 던져주는 문장 하나 하나가 생각할 주제이며 곱씹어볼 대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 공부하고 있는 <개념뿌리들, 이정우, 그린비, 2012> 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 또한 1~2년을 두고 다시금 공부를 해야 할 서적으로
분류를 했다. 살아가면서 이런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노래하는 멘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