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철학 -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
올더스 헉슬리 지음, 조옥경 옮김, 오강남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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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

 

저자 : 올더스 헉슬리

옮김 : 조옥경

출판사 : 김영사

 

올더스 헉슬리.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미아친의 [우리들] 과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문학이라 불리는 [멋진 신세계]의 저자. 그는 멋진 신세계를 통해 과학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성의 상실과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려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헉슬리가 예견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와 과학, 예술 분야를 두루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남겼던 그가 동양의 신비주의와 영성 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올더스 헉슬리 하면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고 암울한 미래상을 그려낸 저자가 영성이라는 분야에 얼마나 깊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읽어본 이 책의 깊이는 쉽게 단정할 수 없을 만큼 깊다.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들어왔다. ‘영원의 철학’. 영원이란 사전적으로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니까 끝이 없고 변함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철학은 말 그대로 어떤 문제에 대한 사유(思惟)의 결정체일 것이다. 즉 영원의 철학은 인류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탐구했던 사유의 결정체라는 의미가 된다. 저자인 헉슬리는 다음과 같이 영원의 철학을 정의한다.

 

영원의 철학은 세계의 본질인 신성한 실재를 인정하는 형이상학이자, 인간의 영혼에서 신성한 실재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심리학이며, ‘모든 존재의 내재적이면서 초월적인 바탕에 대한 앎을 인간의 최종 목표로 두는 윤리학으로 ,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져온 보편적인 개념이다. 모든 원시민족의 전통 구전설화에서 영원의 철학의 기초를 발견할 수 있으며, 모든 고등종교에서 완전하게 발달된 형태를 찾을 수 있다. – p14

 

그러니까 헉슬리에 따르면 영원의 철학이란 종교적 관점에서 많은 종교들이 공유하는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으로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유일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를 의미한다.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 니츠는 역사를 초월해서 전승되는 형이상학적 근본진리라는 말로 영원의 철학을 표현함으로써 결국 종교니 과학이니 이런 것 들을 넘어서는 초월적 근본 진리를 영원의 철학이라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헉슬리는 종교적 관점에서 영원의 철학을 풀어낸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언급한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와 같은 세계의 고등종교들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의 근본 진리에 대한 탐구가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되고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이 책의 역자인 조옥경님은 설명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보편적 진리의 핵심을 설명했다.

 

첫째, 물질, 생명, 정신권의 근본바탕에는 신성한 실재가 존재하며, 모든 현상은 그러한 실재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둘째, 신성한 실재는 분석적 사고를 통해서는 포착할 수 없으며, 더 높은 차원의 직관적 통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셋째, 인간은 현상적 자아(ego)와 영원한 참자아(Self)라는 이중성을 지니며, 참자아는 신성한 실재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넷째,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러한 실재와 경험적으로 합일하는 데 있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보편적 진리를 찾아가기 위해 400여편이 넘는 인용문을 담고 있다. 가톨릭 신비주의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윌리엄 로, 십자가의성 요한, 성 프랑수와 드 살과 같은 성직자의 글들을 비롯해서 세익스피어, 톨스토이와 같은 문학 대가의 글도 인용했으며 동양의 노자, 장자와 힌두 경전인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불교 경전인 [능가경],[육조단경],[법구경],[금강경]등 수 없이 많은 책들 속에서 보편적 진리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노력은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영원이라는 명제를 통해 모든 종교를 관통하여 인간이 근본적으로 갈망하는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읽혀진다. 저자의 주관성이 작다는 것은 그 만큼 독자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일독(一讀)을 마친 내가 이 책을 평가하거나 책 속의 문장들을 나의 언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욕인지도 모른다. 그 만큼 책이 어렵기도 했지만 책에서 던져주는 문장 하나 하나가 생각할 주제이며 곱씹어볼 대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 공부하고 있는 <개념뿌리들, 이정우, 그린비, 2012> 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 또한 1~2년을 두고 다시금 공부를 해야 할 서적으로 분류를 했다. 살아가면서 이런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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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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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저자 : 이덕일

출판사 : 김영사

 

고금통의(古今通儀). 사마천의 사기(史記) 삼왕세가(三王世家)에 나오며 예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의()는 같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문장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다음 고사(故事)를 떠올렸을 법하다.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공자가 말하였다. "예전에 배운 것을 연구하여 새롭게 응용할 줄 안다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 유명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문장으로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온고(溫故)의 과정이 없이 지신(知新)만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배우는 수 많은 과거는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의 모습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찰력 있는 역사학자 이덕일씨의 이 책은 한편 한편이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즐겁게 읽혔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가진 역사에 대한 넓이와 깊이에 놀랐다. 물론 이전에도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있고 고금통의를 연재했던 중앙일보를 통해서도 몇 편을 접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한데 묶어 놓고 보니 단순하게 특정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다양한 고사와 인용문에 새삼 저자의 독서력과 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또한 저자가 담아 놓은 글들은 오늘날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고금통의>를 다시 읽어보니 몇 년 전에 썼던 글인데도 마치 오늘 새로 쓴 듯한 내용이 적지 않은 이유도 글자 그대로 고금통의이기 때문이다.”라면서 시간이 흘러도 옛 것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책은 저자의 <고금통의> 연재 컬럼을 진실은 힘이 된다, 어제의 마음으로 오늘을, 사람에게서 길을, 역사 속 자기 경영,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5가지의 주제로 묶어냈다. 개인적으로 다음의 3가지를 고려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좋은 문장과 의미를 가슴에 새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로 컬럼의 제목에 대한 사유(思惟). 예를들어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안목을 탓해라>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글을 만났다면 글을 읽기 전에 왜 이 제목이 붙었을까를 잠시 생각하고 글을 읽어 보라는 의미다. 최근 붉어진 인사청문회의 사례와 같은 것들이 같이 떠올랐다면 그 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고사(故事)를 만나보면 생각이 좀더 넓어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둘째로 책에 인용되는 책이나 고사 중에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다면 검색 등의 방법으로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읽어 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원전을 찾아 읽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으니 책에 간략하게 언급된 내용을 조금만 더 들여다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은 컬럼의 마지막 부분에 이덕일씨가 던지는 메시지를 나의 언어로 바꿔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진정 그 생각은 타당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내 생각을 풀어보면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 읽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런데 대략 230여편의 고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음 에는 틀림없다. 책에 나오는 고서(古書)를 내가 모두 접해 볼 수는 없겠지만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서는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런류의 책이 주는 자극이 즐거운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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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공부
최준식 지음, 김호연 그림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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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저자 : 최준식

출판사 : 김영사

 

태초부터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이자 불안의 대상이었던 죽음.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의 죽음 이후에 대해 사유(思惟)를 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왜 죽음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 이 질문의 답은 어쩌면 삶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철학자 니체는 죽음이 곧 삶의 완성이다 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또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에서도 죽음이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올리브가 나무에서 스스로 떨어지는 이유는 다 익었기 때문이고 이는 곧 자연적 본성이 완성되었기 때문이기에 인간의 죽음도 스스로의 삶의 완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보면 죽음이라는 명제를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럼 죽음 이후에는 ?

 

아주 오래 전 엘리자베스 쿼블로 로즈 박사의 [인생수업] [생의 수레바퀴]라는 책 2권을 읽은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이라는 불안과 맞서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던 세계적인 정신과 전문의였던 로즈 박사가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에게는 온통 물음표 투성이였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로즈 박사는 인간이 죽으면 소멸되지 않고 영혼의 형태로 사후 세계에 간다는 것은 의 문제이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도 죽을 때에는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죽으면 알게 된다는 말인데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과학의 힘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후세계와 영혼에 대한 이야기는 나름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진실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한동안 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인 최준식 박사님의 글 또한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하게 했던 것은 틀림없다.

 

저자는 이 책의 시작에서 책에 나오는 내용이 독자들의 종교적 신념과 상충되더라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이런 영적인 내용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며 이 가운데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이해가 안 되거나 동의 할 수 없는 부분은 그냥 넘기면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내 경우에도 이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움과 불안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삶을 충실하게 살아낼 때 죽음도 아름답게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가 되었다. 다만 사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영혼에 대한 부분은 내 이성이 받아들이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결국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때 어디서 묵을 것이고 무엇을 먹을 것이며 어떤 것을 볼 것인가를 사전에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듯 죽음이라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의 여행도 이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준비가 철저하면 철저 할수록 여행지에서의 첫 발은 가볍기 마련이다. 또 다른 비유로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현재의 일들이 즐겁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여행에 앞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저자가 마지막에 이야기한 삶의 목적에 대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 32위 그러니까 꼴찌에서 세 번째 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자살률, 이혼률 등이 언제나 선두권에 위치한다는 것도 이제는 당연하게 다가오곤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는 가는 이런 수치만 봐도 어림짐작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누군가 태어난 생일날만 되면 세상에 태어난걸 축하한다면서 야단 법석이다. 아니 평소에는 조금만 배불러도 배불러 죽겠다고 하고 조금만 힘들면 힘들어 죽겠다고 하며 조금만 아프면 아파 죽겠다고 온통 죽겠다 만을 외치면서 정작 세상에 잘 태어나서 축하 한다라니아이러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자는 그래서 마지막을 왜 우리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가로 맺는다. 죽음을 생각하자는 것은 죽음 자체나 죽음 이후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기 위해서 입니다.” 라고

 

철인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은 죽음이 나에게 더 많은 삶의 보너스를 주었다는 것이다. 왜 내가 지금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과 함께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죽음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꼭 이 책이 아니라도 죽음에 관련된 다양한 생각이 담긴 책들을 통해서 말이다.

 

오늘 나에게 임종의 순간이 다가와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간주하라. 그러면 앞으로 주어질 시간들은 계약서에도 없는 특별 보너스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그 보너스를 가지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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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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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操心)

 

저자 : 정민

출판사 : 김영사

 

조심(操心)은 마음을 잘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마인드 콘트롤의 의미다. 지금은 바깥을 잘 살피라는 의미로 쓴다. 마음은 툭하면 달아난다. 몸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고려 때 천책 선사는 허깨비 몸이 허깨비 말을 타고 허깨비 길을 달리면서 허깨비 재주를 부리는 것을 득의의 삶으로 여기는 허깨비 세상의 허깨비 인생을 탄식했다. – p4

 

천책 선사의 말씀이 너무 와 닿는다. 허깨비 인생어쩌면 우리는 신기루를 쫒으며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닮아가려는 노력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정민 교수님은 쉴새 없이 돌아가다 보니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모습을 보면서 옛 글을 통해 세상의 표정을 거울에 비춰보고 싶다며 자신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담아 냈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장 먼저 떠 올랐던 고사(故事)는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다음 문장 이었다.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공자가 말하였다. "예전에 배운 것을 연구하여 새롭게 응용할 줄 안다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 유명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문장이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그 사람들의 사유과 지식이 축적된 것을 우리는 고전(古典)이라고 부른다. 이 시대가 고전에 집착하는 이유를 나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고 환경도 진화 했지만 어쩌면 우리의 사유는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꾸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비춰보고 싶은 것이리라.

 

이 책은 저자인 정민교수님이 복잡한 오늘날의 다양한 삶이 던지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옛 글에서 찾기 위해 시도한 4자성어로 쓴 1백 편의 글이 실려있다. 크게는 4개의 주제를 가지는데 몸 가짐과 마음공부, 시비의 가늠, 세정과 속태, 거울과 등불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이 책은 주제를 생각하며 읽기 보다는 그저 허전한 마음에 문장 하나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아무 페이지나 펴서 거기에 나온 고사 한 두 문장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조선 영,정조 시대 문필가인 연암 박지원 선생님이나 <책만 읽는 바보 간서치>로 유명한 이덕무 선생님등 조선 중후기 학자들의 글들을 다수 만날 수 있는데 아마도 당시의 끝이 보이지 않던 당파싸움,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등 사회적으로 큰 사건을 겪은 이후 변화된 조선의 사회상이 마치 오늘날을 거울에 비추는 듯 한 느낌은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접한 많은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정민 교수님이 서언에서 언급한 소음의 언어 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요즈음 이다.

 

세상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고, 사람은 답을 모르지 않는다. 물질의 삶은 진보를 거듭했지만 내면의 삶은 그만큼 더 황폐해졌다. 김매지 않은 마음 밭의 뒤뜰에 쑥대만 무성하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다. – 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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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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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저자 : 유리그니지, 존 리스트

옮김 : 안기순

출판사 : 김영사

 

삶은 일종의 실험실이다

 

거의 400년 전 갈릴레이는 역사에 기록된 첫 실험실 실험을 실시했다. 완만한 빗면에 무거운 구슬을 올려놓고 서서히 굴려 가속도의 법칙을 실험했던 것이다. 그때 이후로 실험실 실험은 과학적 방식의 초석이 되었다.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실험은 과학적 진리의 유일한 심판관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즈음은 경제학자들이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물리학의 실험용 모형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이다. – p344

 

수 많은 학자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판으로 가정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세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실험들에 의해 세상은 발전해 왔는지도 모른다. 특히 과거에 과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만 적용되던 실험은 그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 특히, 경제 및 경영분야에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라는 복잡한 구조하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특성을 모두 고려한 실험이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 한지도 모른다. 또한 실험실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벌어지는 실험결과를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은 실험실이라는 특정 공간에 갇혀 있던 실험을 현장으로 끄집어 냈다. ,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 직접 동참하여 필요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통해 의미 있는 분석을 이뤄내고 있다. 마치 몰래카메라를 통해 가면 쓴 모습이 아닌 진정한 모습을 들여다 보려는 시도를 하듯이 말이다. 저자는 과거에 경제학자들은 통제된 현장 실험을 실시하는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실험이 유효하려면 조사 대상을 제외한 다른 조건이 모두 같아야 한다.” 라며 진정한 실험은 실험실을 벗어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책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실험 결과들은 무척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예를들어 첫장에서 소개되는 인센티브는 언제 효과가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를 살펴보면 이 책의 저자인 유리그니치 부부가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고 늦게 데리러 가면서 탁아소 경영자인 레베카가 늦게 아이를 데리러 오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실험이다. 예전에 읽었던 <착각하는 CEO, RHK, 유정식>에도 등장하는 부분인데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를 늦게 찾아갈 때 벌금이 없는 경우에는 죄책감을 느꼈지만 벌금이 부과 되면서부터 오히려 벌금을 내면 되니까 라는 생각에 아이를 더 늦게 찾아 가더라는 것이다. 결국 탁아소 경영자인 레베카가 벌금제도를 없애도 한번 머릿속에 박힌 프레임은 바뀌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 실험의 요지다. 결국 실험은 인센티브라는 제도가 모든 상황에서 사람들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책 속에는 남녀의 차별문제, 아동교육, 기부금등 다양한 주제로 저자들이 했던 현장 실험의 사례가 담겨 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는 아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그것을 틀에 박힌 한 두 가지의 요인으로 정의하고 결론에 다다르려는 실험들이 난무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실험보다는 직관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책의 말미에 영화 배달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의 실패사례가 언급된다. 많은 경영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례인데 당시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트를 포함한 골리앗 같은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점에 다윗처럼 용감이 맞섰고 당당히 승리했던 기업이 바로 넷플릭스다. 그러던 기업이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방향성을 몇몇 경영층의 직관에 의해 아무런 근거 없이 추진했다가 큰 실패를 거둔 일화는 All or nothing의 위험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결국 실험의 중요성이다. 오죽하면 삶 또한 일종의 실험이다라고 까지 했겠는가. 물론 실험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다. 또 제대로 하려면 비용과 노력이 무척 많이 소요된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잘 설계된 실험은 큰 성공을 견인하고 실패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더 강한 기업 또는 조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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