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심리학 - 음식남녀, 그 미묘한 심리의 속내를 엿보다
시부야 쇼조 지음, 박현석 옮김 / 사과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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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리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상대방의 숨은 생각을 읽어 그의 의도를 내 나름으로 파악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모르게 행하게 되는 우발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내 행동의 의미를 파악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크다. 그만큼 나는 나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싶은 것이라 하겠는데, 의도하지 않은 행동 속에 진의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며 대체로 나에게 해당되는 목록을 살펴보았다. 생선구이에 솜씨 좋게 레몬을 뿌리는 사람이며, 싫어하는 음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 습관이 있으며, 근사한 정식집보다는 가정식 백반집을 좋아하고, 종종 책을 보며 식사하는 사람인 나는 이 책에 의하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도 모르고 상대방의 취향을 살피지도 않으며, 싫어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고, 타인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애정결핍자일 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잘 타는 반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협조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판명났다.

내 무의식적 행동에 대한 위와 같은 해설을 읽고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읽고보니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니 뭐 그다지 충격적일 것도 없고, 이런 내 무의식적인 행동을 고쳐서 그런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므로, 특별히 개선하고 싶은 점이 없다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 행동이 딱히 꼭 누군가의 애정을 필요로해서라기 보다는 펌의 웨이브를 오래도록 유지하고싶은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돌돌 마는 행위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가정식 백반집을 좋아하는 것은 가정적인 분위기 보다는 아무래도 화학조미료를 덜 사용할 것 같은 그런 건강적인 측면도 있으며, 책을 읽으며 밥을 먹는 것을 즐기는 것은 읽던 이야기가 끊어지는 것이 못마땅한 조급한 성격 탓일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나 먹는 행위, 차리는 행위, 먹고나서 돈을 지불하는 행위 따위로 어떤 사람을 짐작해보겠다는 의도는 조금 지나친 과욕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성지나 패션지 혹은 여학생용 잡지 등에 자주 올라오는 심리테스트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심리학 책이라기 보다는 식사예절, 매너 등을 위한 팁을 제공하는 측면이 크다. 밥 한끼를 같이 먹어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행동 뒤에 숨겨진 심리를 파악해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짐작해보겠다는 의도보다는 한끼의 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인연, 혹은 만남을 위해 지키면 좋을 매너 교습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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