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 이호준의 터키여행 2
이호준 지음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2012년 6월에 출간된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의 후속편이랄 수 있는 터키 여행기 2편이다. 전편인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는 터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를 목적으로 보드룸, 페티예, 카쉬, 뎀레, 안탈리야, 시데, 알란야까지 지중해를 따라가는 여행기였다. 그에 반해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는 터키의 속살을 들여다보기라는 부제로 한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그래서 국내에서는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은 말라티아, 샨르우르파, 하란을 지나는 성서 속의 터키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터키에 대해 무조건적인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번 책도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터키의 속살 여행기라는 것에 마음을 쏘옥 빼앗겼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말린 살구의 80%를 생산한다는 말라티아는 유프라테스 강과 지류가 만든 평야이다. 역사 시간에 그토록 머리아프게 외워댔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 유프라테스강이라니 글자만으로 가슴이 콩닥 거린다. 말라티아는 터키의 속살이며, 바로 인류 문명의 속살이기도 하다. 지은이가 전해주는 유프라테스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석양 아래 가로 누운 강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말라티아를 떠나 그랜드캐니언 같기도 카파도키아 같기도 한, 강팍하지만 예술작품 전시장처럼 화려한 레벤트 협곡을 지나 넴루트 산에 오르면 곧 신이 등장할 것 같만 같은 안티오코스 1세의 돌무덤을 만난다. 그는 자신을 신이라 여기고 싶어했다 한다. 신이 아니면서 신처럼 떠받들여지길 원했으니, 그로인해 피눈물을 흘렸을 민초들의 삶을 상상하며 지은이를 따라 세계8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는 넴루트를 내려온다.

그리고 드디어 샨르우르파. 그곳에는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리우는 아브라함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서 속의 터키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동굴, 욥의 동굴, 하란, 야곱의 샘, 에덴동산 괴베클리테페... 간간히 지은이가 들려주는 성서 이야기는 마치 옛날 이야기인듯, 혹은 역사 이야기인듯 흥미롭다. 참고로 그는 기독교인은 아니라고 했다. 때문에 성서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주관적인 치우침은 없었다.

 

옛사람들의 흔적을 확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먼 여행길을 떠났다는 지은이의 터키 여행기는 역사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여행기와는 충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말라티아나 샨르우르파, 하란의 성서이야기가 아닌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에서 들려준 정예군대 '예니체리'의 영광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병사라는 뜻의 예니체리들은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고 오스만 제국에 끌려와 술탄을 위한 정예군으로 키워지고, 자신들의 출신지인 기독교세계를 파괴하는 전장에 앞장섰다. 또한 무력을 이용해 마음대로 술탄을 갈아치우기도 했지만 끝내는 절멸되고 만 슬픈 이야기. 이 이야기가 특별히 내 귀를 잡아 끈 것은 권력의 필요에 의해 키워지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은채로 이용당하다가,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고마는 예니체리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날의 예니체리들은 자신이 예니체리임을 미처 알지 못할뿐이다. 역사 속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역사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이 책은 이처럼 여행기이지만 여행기가 아니며, 역사서가 아니지만 역사서 이기도 하다. 전편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와 함께 이 책 역시 터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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