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화원 북멘토 가치동화 3
이병승 지음, 원유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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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할 세상의 참 모습은 어디까지일까. 나는 가끔 내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미리 알려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곤 한다. 세상은 아름답고, 노력하면 할 수 없는 일이 없으며, 너는 무엇이고 될 수 있다고 한참 꿈을 심어주어야 할 나이이니까 말이다. 알면서도 나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대한문을 찾았다. 아이는 서너시간 동안을 줄을서서 기다렸음에도 불평하지 않았다. 당시의 분위기는 어린아이라도 충분히 서러울만 했으니까.  아이가 4학년이 되었을 때는 '용산참사 1주년' 현장으로 데려가고, 집들이 불탄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놀란눈을 하고서 불타버린 낮은 건물과,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말했다. "높은 빌딩이 새로 생기면 보기가 좋잖아. 그렇지만, 남의 집을 뺏은건 나쁘다."

5학년이 된 아이에게는 만화 <전태일>을 사주었다. 아이는 전태일이 살던 무렵 서울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는 것 같았다. 그랬던 아이가 차츰 '바보회'에 주위를 기울이고, 노동법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동자 김진숙의 강연회에 같이 갈것을 약속하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아이에게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째서 크레인에 올라 그토록 오랫동안 내려올 수 없었는가에 대해 아이와 같이 들어야 한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우의 화원>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기 보다는, 내가 읽고 싶어 고른 책 이였다. 아이에게 세상의 참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나에게 답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여우의 화원>에서 아이들의 '용역놀이'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먼저 읽은 것은 아이였다. 아이는 신용카드를 초등학생에게 쥐어주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전태일'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리고 쌍용 자동차 사장님이나 한진 중공업의 사장님 같은 사장님들이 조금더 노동자를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아이가 들려준 책에 대한 감상은 세세하거나, 내가 바라는 만큼 폭 넓지 않았지만, 그정도만해도 됐다 라고 생각했다. 너무 심각한 아이의 모습은 오히려 곤란하니까.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민수아빠 쪽에서 억삼이와 억삼이 아버지를 바라볼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민수아빠인 사장님의 생각은 잘못이 아니라고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여우의 화원' 이야기를 통해 사장님의 생각이 잘못이며, 같이 살아가는 방법이 잘 살아가는 방법임을 보여주었다. 동화이기에 쉬운 결말을 유도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아이들의 노력과 눈물에도, 민수아빠는 흔들리지 않았고, 아빠의 냉정함은 오히려 어린 민수를 훌쩍 자라게 했다.

그러나 어린 민수가 어른이 되었을때 아빠의 냉정함을 그대로 닮을지, 아니면 아빠와는 다른 종류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다만, 민수와 억삼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공존'이 일반적 가치인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만 여전할 뿐이다. 그렇게 될 것을 믿기에 나는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세상은 포장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스마트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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