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이어 쿠반 재즈를 즐길 수 있는 기회.

흥겨운 리듬과 아름다운 노래들, 그리고 무척이나 정교하면서 특색있는 애니메이션.

남녀간의 사랑이란 결국 타이밍과 발란스라는 나의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뒷받침해 주는 러브 스토리...

충분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별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건, 쿠바를 배경으로 한 애니라서일까 아니면 러브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리얼한 탓일까.

아무리 불타는 사랑이라도 한쪽의 능력이나 열정이 다른 한쪽을 너무 능가해 버리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그들이 47년(37년인가?)만에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것도 결국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애니의 내용보다 나의 관심을 끈 건 물론 베보 발데스의 음악. 그리고 음악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그의 일생.

베보 발데스는 1940-50년대 쿠바음악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린 가히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치코와 리타>에도 등장하는 당시 쿠바에서 가장 유명했던 클럽이자 쿠바음악과 재즈가 처음 조우한 곳이었던 트로피카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며 작곡가이자 편곡자였으며 바탕가 리듬의 창시자이다.
1960년 스웨덴 공연 도중 사랑에 빠진 그는 홀연히 음악계에서 사라진 후, 34년이 지난 1994년에야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며 컴백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칼레 54>가 공개되면서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칼레 54>를 연출한 인연으로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은 <치코와 리타>를 만들게 된다.
'치코와 리타' 속 명품음악 연주한 베보 발데스는 누구? - 맥스무비 기사


그리고 그의 아들, 추초 발데스. 

그들은 모두 10월9일에 태어났다. 아버지 베보 발데스는 1918년생, 아들 추초 발데스는 1941년생. 베보는 1940년대부터 쿠바 재즈를 대표해온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다. 그는 1960년 홀로 조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쿠바에서 아버지의 밴드를 이어받은 추초는 거물급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1978년 추초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다. 베보가 스웨덴에서 날아왔다. 18년 만의 해후였다.
발데스 부자의 <훈토스 파라 셈프레>- 한겨레 21 기사

참으로 대단한 아버지에 대단한 아들이다.

그 두 사람이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미소와 눈빛을 교환하며 연주하는 모습이란... 

사랑만큼이나 아니 사랑보다 더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영원히 함께'라는 그들의 듀엣 앨범 이름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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