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車 (新潮文庫) (文庫)
미야베 미유키 / 新潮社 / 199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입도 100%

 

미미여사의 소설, 그것도 사회파 소설 대표작인 화차에 몰입도 운운하는 건 실례일지도...

 

국내에는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화차는 '신용' 사회라는 이름도 이상한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리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대표작인 '이유'나 '모방범'이 기자나 작가의 입을 빌어 탐사 보도의 형식을 띄고 있다면 이 소설은 경찰인 혼마가 사라진 주인공을 찾아다니며 그녀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탐문 수사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휴직중이라 형사 수첩도 못 가지고 다니는 주인공이다 보니, 뭐 '수사'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도.

 

본인도 구속시킬 가능성도 없는 주인공 쿄꼬를 계속 추적하면서 '내가 왜 그녀를 쫒는 걸까'하는 의문에 스스로 대답하길, 호기심 때문에. 사실 나도 이 긴 소설을 두 달 넘는 시간동안 계속 붙잡고 마지막 장면에서 나까지 조마조마해 가면서 읽은 이유는 호기심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듀나는 어디선가 이 소설을 '늙은 변태 형사가 사라진 젊은 미녀를 추적하는 스토킹 극' 비슷하게 평했던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선 나도 그 스토킹에 동조한 셈.

 

어찌 됐건 탐사, 탐문에 쓰이는 이 '찾을 탐'이라는 한자는 '손으로 깊이 더듬어 물건을 찾는다'라는 뜻인데 '엿보다'라는 뜻도 있다. 사라진 그녀의 행적을 물어물어 추적하며 그녀의 행적은 물론 그녀의 생각을 더듬어 엿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면, 처음 말했듯이 신용 사회의 '신용' 이라는 긍정적인 단어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무수한 신용 불량자를 양산해 내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하겠다. '난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라든가 '신용카드는 공해같은 것'이라든가 '졸업생들에게 화장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카드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등 작가가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들이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그럴때마다 생각난 것이 2005년도에 한창 화제가 됐었던 H카드의 광고.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어쩌고 하는 CM송과 함께 화제가 되면서 비난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미미여사가 이 광고를 봤다면 소비를 부추기고 남들만큼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에서 행복과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보여주는 예로 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책장 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이 책을 꺼내서 읽게 된 것은 변영주 감독이 이를 각색해서 영화화했다는 소식때문이었고, 아무래도 소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기에는 꺼림직해서 먼저 책을 읽었는데,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변감독이라 해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굳이 안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