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양장) -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제목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고, 저자 이어령 선생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굳이 선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나이도 나이지만, 교수 출신이기도 하고 '축소지향의 일본인' 같은 예전의 책들에 나름 영향을 많이 받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는 별로 말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책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이 책은 아직도 스스로를 젊은 디지털 세대라고 자처하는 저자의 종횡무진, 박학다식을 보여주는책이다. 다양한 사실과 일화, 고전 들을 인용하여 씨줄과 날줄로 엮어 9가지 매직 카드 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글은 어쩌면 검색, 긁기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세대의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물론 70이 넘은 나이에 그 많은 자료들을 찾아서 정리한 그 정력과 그 많은 이야기들을 9개의 테마 혹은 컨셉으로 정리한 능력은 놀랄만하다. 아니 멋지다.  

하지만, 잘 읽어 보면 사실 9개의 테마 속에 소개되는 내용들은 어느 챕터에 집어 넣어도 다 얘기가 되는, 그런 내용들이다. 글쓰기의 샘플링 기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전체적으로 보면 20대의 '창조적'인 젊은이가 여기저기 긁어다가 짜집기 해서 만든 리포트 같은 느낌이랄까. 만약 저 글을 리포트로 제출한다면 우리의 훌륭하신 국어작문 교수님들은 또 어떤 평가를 내리실 지 궁금하다.  

얘기가 약간 삐딱하게 가는 이유는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하시는 선생님의 시선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내가 보기에는 약간 탐탁지 않아서이다. 혹은 선생의 좋은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너무도 답답한 현실에 대한 넋두리라고 하는게 옳으리라. 창의력이라는 게 좋은 말이긴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창의력은 위험한 수단이 된다. 선생이 그렇게 안타까워하듯이 과거의 젊은이들이 젊음의 바다에서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것은 바로 그들을 붙잡은 현실의 벽 때문이다. 그걸 외면하고 어떻게 젊음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었을까.  

얼마전 TV에서 '부자 대학교, 가난한 대학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등록금 때문에 알바 뛰느라 정작 공부는 못한다는 학생들과 그에 반해 1달에 70만이나 하는 1인실 기숙사의 대조적인 모습은 아직도 우리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펼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래, 물론 그런 현실도 창의적으로 극복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창의력이 이 사회를 얼마나 퇴보시킬 수도 있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역시 최근에 선생이 말하는 창의력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구호를 하나 발견했다. '명자민 박턴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라는 구호. 얼마나 절묘한가. 암울한 현실 상황과 자신들의 처지를 해학과 풍자로 촌철살인하는 멋진 문구 아닌가. 처용가를 능가하는 창의력을 보여준 그들은 역시 창의적인 기준에 의해 모두 잡혀갔지만 말이다.   

그래, 영원한 젊음을 사는 선생에게 이런 투정이 무슨 소용이랴. 하지만, 젊은이들이여.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력의 날개를 펼치는 건 좋지만, 그 아래 땅바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는 눈감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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