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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 얼굴 - 무엇이 보통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
김지승 외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심리학이 인기다. 경제가 어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물질적인 것에 온 정신을 빼앗기기 쉬운 호황의 스피디한 시절에는 자연이나 인간에 대해 돌아볼 여유라는 게 없기에.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다행이지만 인간의 심리나 인간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 보다는 성공학, 처세술의 외피를 쓴 책들도 덩달아 많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E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엮은 책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때로는 영웅으로,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는 악당 혹은 독재자의 모습으로 변하는 심리적 기재를 다양한 실험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래된 논쟁인 성선설과 성악설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어떻다는 일종의 결정론인데 비해, 이 실험들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상황,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발현되는 것은 상황의 힘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 결론 부분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쪽으로 몰아가는 감이 있긴 하다. 허긴 지하철에서 같이 줄 서 있는 사람이 나를 선로로 밀어버릴 지도 모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혹시 내가 떨어지면 나를 구해줄 지도 모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으니까.
인간은 강한 의지를 가진 존재인 동시에 주변 인물들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 선과 악의 두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면에서 참으로 나약한 존재임이 갖가지 흥미로운 실험들로 증명된다. 혼자 있을 때는 이타심의 발현이 크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방관자적인 입장이 되기 쉽고, 주변의 사람들과 다른 의견으로 소외받지 않기 위해 뻔한 사실을 다르게 대답하는 모습은 사람이 '인간'이라고 불리는 이유, 즉 사회적인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히 누군가의 선창에 힘입어 거대한 합창이 되기도 하지만 분위기와 권위에 휩쓸려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모습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어찌 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정치적 선동이나 마케팅이라는 조작(?)에 의외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 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인간의 행동과 반응에 영향을 주고, 인간이 관계와 상황에 좌우되기 쉬운 나약한 존재라고 해도 결국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고, 그래서 인간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4월 27~29일 밤 9시50분에 EBS TV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시즌2'가 방송된다고 한다. '착각'을 주제로 노브레인이 클럽 공연 도중 관객들과 함께 벌인 '박자로 곡명 맞히기' 실험을 소개한다는데 계속되는 인간 심리에 대한 실험이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