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몰입도 80% 

듣기에는 좋은 노래지만 막상 따라하기엔 쉽지 않은 노래들이 있다. 김연수의 이번 소설은 남이 부르는 걸 듣기엔 좋지만 막상 내가 불러 보면 어려운 그런 노래 같은 느낌이다. 좋은 작가라는 건 인정. 운문과 산문을 넘나드는 문장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 등 그의 장점은 이 소설에서도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아키비스트로 불릴 정도로 '공부'하고 '기록'하는 그의 작법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1930년대의 민생단이라는 소재를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1933년 여름, 유격구에 있던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누구인가? 하지만 이 물음의 정답은 없다.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들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는 점에서...네 명의 중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그건 당신도, 나도,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그 누구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체만이 자신이 누군지 소리 내 떠들 권리를 지녔다. 시체가 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납득했으니..그런 점에서 그들은 항상 살아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다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므로, 시시때때로 운명이 바뀐다는 뜻이므로.

'네가 누구든~'에서 광주에서의 죽음으로 그 당시 살아남은 많은 학생들의 삶이란 것을 우연의 존재로 만들어 버린, 그리하여 20여년이 지나서야 후일담을 남겼듯이 저자는 80년 전 간도 땅으로 우리를 데려가 경계에 선 사람들의 운명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꺼내 펼쳐 보인다.  

올해 내가 정한 테마인 식민 시대에 대한 첫걸음을 이 소설로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무척 다행한 일이다만, 그래도 기록이 아닌 소설로서의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은, '공부'하는 소설가의 글은 역시 재미가 덜 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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