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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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85% 

사실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전부터 너무 많이 들어와서, 라기보다는 읽어 와서 과연 그의 글이 그만큼 재미있고 대단할 지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이고, 소설 보다는 산문이 더 좋다는, 어쩌면 소설가에게는 그닥 반갑지 않은 말을 하는 독자들도 있었는데, 나도 마침 예스24에 연재하는 그의 산문들을 먼저 읽으며 음악이든 옛날 얘기든 이것저것 많이 아는 박학다식한 작가라는 이미지 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결국  '칙칙해' 라는 한 마디와 함께 아내가 읽다 만 그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고. 아내의 말에 85% 동의하면서 그래도 읽을 만은 했다고 자평했지만, 리뷰를 쓸 정도로 혹은 다른 독자들이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로 혹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대표 소설인 본 소설을 읽게 된 것.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많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먼저 예의 그 '칙칙함'. 70년대초 혹은 60년대 끝자락에 태어나서 90년대 초 혹은 80년대 끝자락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그 '칙칙함'이 어디서 오는 지, 왜 그 칙칙함이 사람을 끄는 지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태어나 그 이후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는 그 칙칙함은 그저 칙칙함이다. 피맛골의 식당들이 정겨운 느낌이 있는 반면 냄새나고 더러운 것도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의 박학다식이 알랭 드 보통이 주는 유럽식 버터 바른 지식인 혹은 지성인의 달착지근하면서도 매끈매끈한 느낌이 아니라, 달동네 작은 골방에 틀어박혀 할 거라고는 책 읽고 음악 듣는 일 밖에 없는 대학 시절을 보낸 사람이 주는 약간 끈적하며 곰팡내 나는 박학다식이라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리고 나는 어느 쪽이냐면 그걸 이해하고 일정 정도 동류라고 느끼는, 적어도 호불호 중 호 쪽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옛날 얘기들과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 사전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을 보면서 '교양 소설'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면서 자연스레 이문열과 그의 '상업적 교양 주의 '(?) 같은 비난의 단어들도 떠오르고 예전에는 음악 한 곡, 인물 한 명 정도면 한 편의 소설을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 가지고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떠올리는 건 '고래'라는 소설과 '천명관'이라는 작가. 작가는 자신을 프로 소설가라고 말한다지. 그에 반해 영화와 소설과 드라마를 기웃거리다가 자신의 천재성이라고 까지는 못하겠지만 아까운 재능의 빛을 갉아 먹고 있는 고래의 작가가 떠오른다. 고래가 어둠 속에서 느물느물 넘어가는 변사의 이야기라면 그의 소설은 꼼꼼하게 찾아보고 정리해서 다시 엮어 풀어 내는 색인 혹은 메모장 같은 느낌이다. 칭찬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다시 대학이라는 시공간으로 돌아가면, 하루키의 소설이 전공투 세대를 경험한 세대로서 나름 쿨하게 세상과 접촉한 '후일담'이라면 그보다는 더 거칠고 다이나믹한 시절을 보낸 우리나라 386세대의 후일담으로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와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소설이 있었고 좀 더 개인적이고 여성적이라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 몇몇 소설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그 작가들과 비슷한 시기를 지낸 사람으로서 그 소설보다 10년 정도 더 지난 시점인 지금, 나올만한 후일담이라는 점.  

작가가 생각하는 역사란 결국 사람의 이야기, 희망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절망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야기 이며 그것을 말하고 기억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소설에는 과거와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인물들은 그것을 이야기하고 기억하고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가 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쓰고, 발표하지 못하다 결국 발표하게 되는 이유.  

마지막으로 섹스 혹은 사랑이 어쩌면 역사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중간중간 노골적으로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지 않은가. 혁명의 열정도 결국 대뇌에서 시작해서 성기로 옮아 가는가. 혹은 그의 말처럼 압도적인 폭력의 시기를 만나 납득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한 건 지.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그리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몽상가들' 참으로 많은 영화가 생각난다. 그리고 이렇게 수다를 떨며 이 책은 나와 기억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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