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의 흡연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몰입도 75%

처음 읽는 작가의 소설. 요즘 신세대 작가들의, 가벼운 문체, 심각하지 않은 주제를 그린 재기발랄을 꿈꾸는 소설이 아니라 10년, 20년 전의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단편집. 어찌 보면 칭찬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약간의 걱정과 우려가 섞인 말이기도 하다.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이 아니라면 동시대와의 호흡도 중요하지 않은가.

표제작인 마라토너의 흡연과 7번 국도 등의 글에서 작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이러니를 그려내고 있다.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하고 몸에 안 좋은 술담배를 끊는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주인공은 담배를 계속 피울 수 있는 체력을 위해 마라톤을 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남들보다 소질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게 분명한데도 그는 자기의 원래 목적에 충실하다. 바로 담배를 피우는 것. 사실 목적과 과정 혹은 수단이 뒤바뀐 -10억 모으기 같은- 삶이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인공이 비정상이지만, 주인공에게는 자기가 마라톤을 시작한 이유인 담배를 끊으면서까지 기록을 높이길 바라는 주변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거고, 그게 정상적인 거 아닌가 싶다.

첫번째 작품인 7번 국도는 아예 이런 삶의 아이러니를 코믹하지만 즐겁지는 않은 상황 속에서 보여준다. 나이도 어린 검사에게 영감이라고 부르며 깎듯이 모셔야 하는 경찰서장과 자기 보다 나이 많은 경관을 아이 취급하는 검사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이란 게 얼마나 뒤틀리고 왜곡되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 외의 단편들도 재미는 있지만, 약간 고만고만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역시 시대를 앞서가기도 어렵지만, 시대를 거스르기도 어려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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