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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족을 믿지 말라 ㅣ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몰입도 75%
도청, 뒷조사, 미행, 협박… 엉뚱하고 수상한 불량가족의 이야기. 아빠의 취미는 가정 내 도청, 엄마는 딸 남자친구의 신원을 조사하는 게 취미다. 게다가 여동생은 가족을 미행하기까지 하는데... 프라이버시 제로, 예의범절 제로, 양보와 배려마저 제로인 가족들.
소개글로만 보면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지만, 막상 읽다 보면 기대만큼 신선하거나 재미있지는 않다. 내심 '미스터앤미세스 스미스' 같은 대활극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했으나, 그런 점에서는 전혀 아니올시오 다. 다만 시트콤과 같은 독특한 설정의 가족 구성원들이 벌이는 소소한 활극들이 딱 그 정도의 즐거움을 준다.
일일연속극이나 주말극에 나오는 화목한 대가족의 모습이 현실에서는 사라져 가는 가족의 모습을 재연하면서 보는 이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한편-마치 전원일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다큐멘터리나 고발 프로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을, 아내를 그리고 아이들을 마음대로 하고, 상처주고 괴롭히는 모습을 소위 '가족' 시간대에 내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최근 우리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가족은 부재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과 비교해 보자면 스펠만 가족은 시트콤을 위해 '구성된' 가족이라는 혐의가 짙다.
사실 우리에게 가족이란 'Home sweet home'의 다정하고 낯간지러운 의미보다는 부대끼고 싸우고 성가셔 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주 앉아 TV를 보고 과일을 먹는 그런 게 아닐까. 오죽하면 부모자식간은 전생의 원수라는 말까지 나왔으랴.
스펠만 가족에게서는 이런 가족의 어두운 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가족들의 직업이 사립 탐정이라는 것. 물론 큰 아들은 그걸 거부하고 변호사가 되긴 했지만, 남의 뒤를 캐는 직업이나 남의 구린 뒤를 봐주는 직업이나 거기서 거기. 결국 이 가족의 주된 거래처는 아들이 다니는 회사이며 막내의 수입원은 큰 오빠인 것. 가족들은 도청, 뒷조사, 미행, 협박 등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정을 나누지만(?), 막상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게 용서되고 '세상이 무너져도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결말에 이르자면 이들의 그동안의 활극의 의미가 너무 싱거워 진다. 차라리 여름 밤,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아래 층에서 들려오는 부부 싸움이 더 흥미진진하고 현실감 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