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험_바이오스피어2 2년 20분]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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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하나의 생태계, 즉 바이오스피어로 본다면 우리는 서로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우주선 지구 위에 존재하는 거대한 생명의 톱니바퀴에 달린 한 개의 톱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 지구라는 바이오스피어, 우리가 호흡할 공기와 마실 물, 먹을 식량, 살 수 있는 주거를 주고 위험한 독소를 만들어 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것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는 완벽한 바이오스피어1과 달리 우주 공간에서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줄 공간. 지구와 똑같은 생태계, 생명 유지 장치의 모든 면에서 100퍼센트 재활용이 가능한. 지구에서 떨어져 그 안에 거주하는 대원들에게 물질적으로 모든 면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바이오스피어2를 건설하고 그 안에서 2년 20분이라는 시간을 보낸 8명의 사람들이 있다.
지금부터 무려 17년이나 전인 1991년에 시작된 이 실험, 아니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검색을 해보니 이미 많은 책들에서 이 실험을 언급하고 있었고, 대부분 '실패한' 실험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지구 복제, 에덴 재창조, 지구를 구하고, 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류의 운명 실현 등등 거대한 야심과 자본을 바탕으로 엄청난 관심 속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실험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이 실험은 과연 실패한 실험이었을까.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바이오스피어2에서 2년하고도 20분을 보낸 지은이는 프로젝트가 끝난지 13년이나 지난 후에야 자신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정리하여 보여 준다. 이 프로젝트의 경영진이나 과학자문위원의 입장이 아닌 실제로 밀폐된 공간 안에서 2년을 보낸 주인공의 이야기는 소개글에 나온 문구처럼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을 아주 상세히 보여 준다.
먼저 이 거대하고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단체는 일종의 비밀 종교단체 혹은 컬트 집단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히 많은 조직이다. 단체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존과 이 프로젝트의 대표자인 마그렛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을 지은이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왕과 왕비의 역할을 맡고 있는 공포시대로 부르고 있으며, 존에게 있어서 바이오스피어2는 결국 자신이 지배할 세계를 건설하고 싶은. 지적 능력을 가진 어린애의 장난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을 받았으며, 실제 실험의 진행 속에서 지은이도 경영진과 과학자문위원회의 갈등 과정에서 경영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이것이 아마도 그녀로 하여금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안정된 마음으로 차분히 글을 쓸 수 있게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와 상관없이 프로젝트 자체는 과연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을지, 화성에서 인공적인 생물권을 만들어 살아갈 수 있을 지 등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낸 생태계의 실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100퍼센트 물리적 밀폐라는 개념만으로 본다면 이미 실패를 내정한 프로젝트였고 2년이든 10년이든 단순한 거주의 시간이 성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중인 실험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녀의 기록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어쩌면 폐쇄된 생태계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 편집증, 역기능 집단의 작동, 급속 재돌입 스트레스-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을 해내고 나면 더이상 중요하게 여길 일, 더이상 도전정신을 발휘할 것이 없어짐, 조업 단축자 증후군 -수중에서 6개월 이상 보낸 잠수함 승무원들은 항구에 도착하기 두어 주일 전부터, 분노와 혐오를 억눌러야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감정을 그대로 표출, 감정이 폭발하게 됨 등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이 겪어야 되는 심리적 징후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실험'이라는 다분히 오싹한 타이틀이 나왔을 터.
건축물을 세운다는 것, 피라미드나 이 바이오스피어2 같은 인간의 성과물을 만든다는 것과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 그 안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바이오스피어2를 관리하면서, 지구를 우리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오히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리자, 바이오스피어에 그리고 인류에 대하여 우리가 끼치게 되는 영향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거주하게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그녀의 생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보고서-결국 실패한 실험이라는-가 아니라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험적 진실의 고백이 되는 것이다.
통제가 가능한 바이오스피어2와 달리 통제가 불가능한 이 지구, 바이오스피어1에서 인간들은 지금 스스로를 시험하는 인간 실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운명은, 이 거대한 생태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알라딘 서평단 선정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