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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프로젝트 -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유광수 지음 / 김영사 / 2008년 3월
평점 :
몰입도 85%
그 이름도 거창한 '1억원 고료 뉴웨이브 문학상 제 1회 수상작'. 왜 문학상 이름 앞에 1억원이라는 금액이 먼저 붙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외국 소설만 - 아마도 일본 소설이 아닐까 싶다만- 가득한 자신의 서재에 부채 의식을 느끼고, 최근의 대중 소설을 다 찾아 읽고, 매일 영화 한 편씩을 봐 가며 작정하고 써 내려간 소설이라는 당선자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그래 신인의 자세가 그 정도는 되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중반부까지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는 맛이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좋은 외국 소설을 읽는 것이 왜 작가의 부채 의식을 자극했는지, 도대체 어떤 소설들을 읽었길래 그랬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심사위원들은 한국문학 스토리텔링의 부흥을 예고하는 거침없는 상상력! 야심만만한 기획!,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이 통섭하고 문학의 위기는 어제의 풍문이 될 것이다!” 작품 구성이 탄탄하고, 소설적 재미와 역사적 무게가 있으며, 마지막 반전도 좋다. 한중일을 누비며 펼쳐지는 방대한 서사를 이끌어가는 이야기꾼의 재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시대의 세계문학과 공통의 주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등등 자기들이 1억을 받고 쓴 듯한 어마어마한 상찬을 늘어 놓고 있다만, 글쎄다...
한마디로 너무 작정한 티가 난다. 너무 열심히 썼다는 것. 그게 문제라면 문제다. 신인 감독이나 신인 작가에게서 드러나는 욕심. 몇 편의 영화나 소설을 만들 내용을 자신의 첫 작품에 집어 넣으려는 의욕 과잉.
그 시작은 제목과 내용의 괴리로부터 나타난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진시황을 부활시키겠다는 프로젝트'가 한중일 삼국의 복잡한 과거사의 현장인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팩션인데, 끝까지 읽다보면 가장 중요한 이 프로젝트가 맥거핀에 불과하다는 점. 더욱이 그 실망이 소설의 재미와 탄탄한 구성, 엄청난 반전으로 보상받았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것도 아니라는 점. 이 점은 작가 뿐 아니라 심사위원들도 독자를 낚는데 한몫 크게 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심사평에서 이 책이 우리 시대의 세계 문학과 공통의 주제를 갖고 있다며, 장미의 이름, 내 이름은 빨강, 다빈치 코드 같은 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포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 종교적 맹신, 이전 세계관에의 집착, 민족 주의 등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기묘한 결합으로 묶어내는 팩션이라는 장르, 탄탄한 구성, 반전 등이 이들 책의 주제이며 우리 시대의 세계 문학의 한 흐름이라고 할 때, 도대체 어디서 그런 것이 발견되는지. 있지도 않은 진시황 프로젝트를 한다고 주장한 중국인지(있기는 있는 건지), 열심히 송곳 찾다가 책 한 권 얻었다고 좋아서 지들끼리 헛짓 하고 있는 일본 우익인지, 아니면 몇 년간 치밀하게 준비해서 그 잘난 퍼포먼스를 벌이는 서교수 일당인지...
민족주의 비판과 애국자와 매국노, 우리와 그들, 정신과 물질 등에 대한 과감한 이분법적 경계의 해체 운운한다만, 정리된 적도 없고 맹신이나 집착 증세는 커녕 제대로 된 관심을 받은 적도 없는 친일파 척결이라는 주제가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거니와 친일파를 매국노로 몰아 세우는 애국자라는 사람들이 뒤로는 나쁜 짓을 일삼는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는 행태가 과감한 이분법적 경계의 해체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토리 텔링과 재미를 떠나 약간 아니 아주 위험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