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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몰입도 90%
고속버스 속에서 읽기 시작해 밤에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말보다는 '하드보일드 디스토피아'가 더 어울리는 표현 아닐지. 환상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잘못된 '환상'을 연상케 할 수도 있으니.
이 글은 시력을 잃고, 이성을 잃고, 살 곳과 가족과 사회와 정부를 잃은 인간들의 어두운 모습을 너무나 비정하게 -'환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리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 드러나는 작가 캐릭터의 말처럼 작가는 그저 기록할 뿐이다.
그의 소설은 처음 읽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과 사회라는 것, 특히 눈을 뜨고 있건 감고 있건 간에, 볼 수 없는, 보기를 거부한 맹목적인 사회와 인간들에 대해 철저하게 비판적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미련을 놓지 않았다는 것은, 아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묘사하기까지 하는 의사 아내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으며, 끊임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내고 연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의사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이들 부부는 눈 먼 자들로 가득찬 디스토피아에서 인간들을 구원하는 노아의 방주 같은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