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가정을 이룬 후 가난과 몸의 고됨은 계속되어 왔다.  

힘겹게 가정을 지켰지만,  

IMF는 휘청이던 그녀 울타리의 허리마저 끊어냈다.  

짧은 가방줄과 이른 결혼, 40대의 중간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별로 없었다.  

잠을 줄이고, 낮선 도시를 헤집으며  

하루를 버티고, 일년을 버티고,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 

그런 그녀가 아린가보다.

만날 똑같은 잠바를 걸치고 다니는 딸의 손을 이끌더니,  

안쓰럽다며 옷 한 벌을 사줬다. 

 

결혼이 일렀던 엄마는

내 나이즈음엔 큰애와 작은애를 모두 학교에 보냈더랬다.

그도 꿈이 있었을텐데,

내 나이 때, 엄마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엄마로 살고 있다.

독하게 혼자서 빚을 갚고, 대학엘 보내고,

두 칸 방과, 두 칸 가게의 월세를 내고

사랑에도 자유롭지 못한 채 엄마로 살고 있다. 

 

큰 눈은 엄마를 닮았고,

종종 잘 우는 버릇도 엄마를 닮았다.

다만 그녀는 독하게 삶과 피붙이를 품지만.

나는 버겁게 나만을 지탱한다.  

 

--

딸은, 그런 그녀가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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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안식월이었다

자발적 가난을 이야기하지만, 기회는 비용을 수반하기에

마음만큼 훌쩍 제자리에 벗어나기란 조건이 열악했던 시간이었다

여유를 부릴수 있는 처지는 보고싶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다던가

케이블에서 3500원을 주고 다운받아서 볼 수 있는 정도 뿐이었다

영화 "김종욱 찾기"를 봤다

별 내용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인도라는, 꼭 인도가 아니어도

낯선공간을 혼자 여행하고 온 사람이라면

애틋함이 피어오르는 영화였다

-- 

2004년, 2008년에 인도 땅을 밟았더랬다.
처음엔 외로웠고, 두번째 역시 외로웠다.
처음의 인도는 늘 애틋했지만,
두번째 인도는 뿌연 모래먼지만 가득했다. 

외로운 땅에 서서
사람들은 두고온 사람,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했고,
사람이 늘 그리웠다.

낯선곳에서 이름이나 직업같은 것들은 일상에서의 첫번째 궁금증 같은 것들은 아니었다.

이곳에 얼마나 머물 예정인지.
과거, 혹은 미래에 어느곳에 머물것인지.
지금 쓰는 숙소는 어떤지
향수를 달랠 음식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낯선곳에서의 생소한 인연은  존재에 대한 궁금증에 앞서
그저 반가운 것이었다.

그런 인도땅에서
새로운 인연을 가슴에 품는 것도 날리는 것도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것이었다. 
  

그런 아련함이 나에게도 있다고..
그런 아련함이 나에게도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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