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알 수 없는 낮은 그르릉 콧소리를 실어 "이제 제법 활동가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 가끔 나는 이 짧은 문장에서 많은 의미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때가 있다. 그와 나의 관계성(깊진 않으나), 역사성(길진 않으나) 때문일 거다. 나에게 있어 그는 처음 아주 얼빵하게, 아주 착한 심성으로 장애인권단체에 발을 들인 그때부터 지금의 나를 아는 몇 안 되는(어쩌면 유일할 지 모르겠다.) 인간이고, 꽤 괜찮은 언변으로 마치 장애인운동이 세상의 중심인양 홀려내기도 한 이이다.  우선 그런 그가 약간은 간지러운 제목이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냈다는 데 있어서 무척 기쁘고, 즐겁다.   

나는 그에대해 얼마나 알았던걸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원영과 내가 연을 맺은지 햇수로 7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을 진데, 나는 내가 모르는 그를 만났다. 그리고 당사자로서 그의 내적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는 늘 자신이 홀려냈던(꼭 홀리진 않았더라도 추동했던) 비장애인 동기-동지들이 빡센 장애인운동현장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미안해한다. 물리적으로 이 공간에 자신이 함께하고 있지 않아서일 거다.  

이것에 있어 약간의 야속함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그 야속함이 커졌다면 서운해 할랑가? 장애인운동에서 비장애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하는 그 것, ok순은 이를 우리의 태생적 한계라고  이야기 했는데, 나는 이 지점에서 늘 해결할 수 없는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원영, 가끔은 그가 이 운동엣 한 발짝 물러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신의 삶을 드러냄으로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것을 드러내고, 알린다. 완전한 입장의 동등함 없이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딱딱한 장애문제의 도식을 부드럽게 풀어 누구나 다가설 수 있도록,  한 번쯤은 처지의 동등함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기회의 매개거리를 만들어 냈다. 

뒷통수 한 대 맞은 듯한 느낌, 허탈함 같은 것이 밀려온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막상 일정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자신이 홀려냈던 비장애인 동기들이 장애인운동을 한다는 것에 있어 약간의 미안함을 꽤 까칠한 자기언어로  마음쓰임을 표현했던 그의 말은 매우 겸손한 것이었으며, 그가 아주 먼곳이 아닌 데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심지어 든든하다.쳇   

사실 그가 책을 쓰고 있다는 것은 작년 초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이미 장애인언론사를 통해 꾸준히 깊이있는 내용들을 만들어낸 그였기에 그 기대는 상당히 컸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제까지 내가 접했던 그의 세련됨과 발칙함이 모두 드러나지는 않았다는데 있는데.. 이는 그가 말한대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언젠가 또 다른 종이위에서 만나게 될 것임을 알기에 가볍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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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두걸음 2020-03-1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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