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
김도현 지음 / 메이데이 / 2007년 4월
평점 :
비장애활동가인 나는 처음 현장투쟁을 경험하고 그 주체로서 나를 세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를 주체라고 인식하면서 현장에서의 활동은 활발해졌으나, 해결되지 않는 고민은 더 많아지고 이는 풀리지 않는 과제로서 줄임표 몇 개를 남겨두어야 했다.
현 운동권에서도 드물게 장애운동권은 권리의 쟁취를 위한 당사자 주체들의 처절한 외침은 일부분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투쟁의 전개가 "신체를 중심으로 한 장애"와 "장애 당사자 중심적"으로 성질을 띠고 있는 듯한 현상에 근거한 나의 가정은 장애의 범위, "장애"의 (사회에서 기반한)근본적 문제 접근의 한계, 당사자주의가 역으로 신체에 기반한 분리를 유도하고, 나아가 장애당사자만의 운동으로 그 범위를 한정시킬수 있다는 우려은 현장에서의 투쟁에서 내가 안고 가야하는 풀리지 않는 과제가 되었다.
이는 그 누구도 명쾌한 답을 줄 수 없기에.. 결국 장애운동권안에서 비장애인활동가인 나는 또다시 주체에서 먹물로서 스스로(어쩌면 장애운동계의 비장애인활동가들을)를 정의 내렸고, 나는 좀 더 걸죽한 먹물이 되고자 더 열심히, 더 투철하게 운동에 임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장애계 내의 분리적 운동과 급박하게 돌아가는 투쟁안에서 나는 본질적 고민을 놓치고 명쾌한 답도 내리지 못한채로 머물러있었던 것이다.
--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나에게 이 제목은 고민 없이 문장뒤에 물음표를 그리게 했다. '아니, 나는 장애를 모른다.' 뭐 이런 식의 질문에 대한 답을 던지면서 첫장을 펼친다. 더불어 나의 고민에 명쾌한 답을 내려주리라는 기대와 함께..
이 책을 소개하는 제법 많은 매체들이 [장애문제와 장애인운동의 입문서]라 이 책을 소개하지만, 솔직히 나에게 입문서라는 단어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가볍게 읽기에 이 책은 별로 가볍지 않을 뿐더러, 진보적 장애운동의 기초적 이해가 별로 없는 나에게 필자의 고민이 동화되기 어려웠고, 따라서 가벼운 이 책의 무게가 그 어느 책보다도 가볍지 않았다.
읽고도 읽지 않은 느낌. 읽지 않은듯 하면서도 가슴 한켠 후련해지는 느낌..
앞서 운동에 발자취를 남기고 책까지 펴낸 필자인 선배에게 별로 어렵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궂이 한 자 남기려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묘한 느낌 때문이다.
이 책은 나와 장애인운동을 먹물에서 해방시켜 준다. 필자는 당당히 스스로를 "내부적 연대자"라 표현한다. 어쩌면 이기적형태를 띠고 있는 장애운동의 범주가 협소하지도 한정되어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위로해준다. 역사를 읽게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또한 이에 포함시킨다. 체계(관계)로서 장애인 운동을 풀고 그 범위를 확장.확인 시키고 과제를 제시한다.
누군가는 쉽게 읽을 책, 혹 누군가는 나처럼 어렵게 이 책이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쉽게 읽은 누군가에게는 필자의 바람대로 술 한잔 기울이며 답답한 진보적 장애운동에 대한 고민 풀어놓고 나눌 수 있는 좋은 매개로서 안주거리 될 것이며, 어렵게 읽은 누군가에게도 묘한 느낌과 더불어 운동의 지침서로,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한 번 더 읽고 나면 나에게도 좋은 안주거리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값진책을 만들어준 선배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