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 함께 읽기
김도현 지음 / 그린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선배, 장애인 운동을 처음 만났던 게 6년 전이었습니다. 지금 이 곳, 그 때와 변함없이 여전히 투박하나, 되려 더 외로와 졌습니다. 나의 마음과 의지가 그러하고, 사람들이 떠나간 깃발 아래가 그러하고, 눈물을 안주삼아서 술을 넘길 공간의 부재가 그러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오늘, 문득 싸리눈처럼 흩날리는 고민들에 괴로워 했던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랐고, 그때의 나와, 선배들과 동지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선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친히 몇 자 적어준 이 책을 선배에게 선물 받은지 무려 40일이 지나서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네요. 정확히는 "읽었다"기 보다는 "넘기며 덮었다"가 맞을 것 같습니다.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언젠가였죠, 싸리눈 같이 날리던 고민들에 술을 듬뿍 끼얹고서는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서는 하염없이 정리되지 않던 말들을 토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즈음 선배를 붙잡고서 꼬장을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보다 더 무식하고, 막막하여 불안했던 때인데, 날리는 고민에 대한 선배의 어떤 대답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 화를 냈고, 난 절대로 도식화된 운동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두고두고 그 섭섭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배가 고민하던 것들이 조금씩 피부에 와닿고, 말들의 속살이 어렴풋 다가올 때 있더군요.  

이 책을 읽었다고 하지 못하는 것은 내용의 경중도 혹은 온전한 무지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선배가 소화해 낸 만큼 제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활동가에게 현장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그 공간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의미인가요. 활동과 집필을 병행하며 일정 정도 그 공간과의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알게 되었습니다. 자석위에 올려진 나침반같은 우리의 현실, 아마도 선배는 '어디로 가야할까?' 그 길을 짚고 짚고 또 짚었겠죠.  

그리도 어렵던 책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며 지독히도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치 종합선물셋트를 받은 느낌이었죠. 누군가의 말처럼 내용에 관해 동의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고민할 거리를 던져준, 그리고 그리고 활동이 조금더 농익을 언젠가, 야자와 같은 모습으로 목마름을 재워줄 기회를 준 것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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