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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ㅣ 텔레포터
남유하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읽는 내내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살짝 무섭다는 공포감도 몰려오면서 이 글을 쓴 작가가 누군지 엄청나게 궁금해하면서 읽었습니다.
남유하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나니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162번째 세계의 태임이를 읽고 느낀 부분들이 작가 프로필에 그대로 나와있었으니까요.
귀엽고 반짝반짝한 표지가 내용을 궁금하게 했습니다. 반짝이는 걸 보니 무언가 특이한 요소가 숨어있는 소설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누가 실제 태임이일지 모를 것 같은 표지. 한 친구는 교복을, 다른 친구는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이죠. 누가 진짜 태임이일까요?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세계. 인공 자궁 '에그'에서 선별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 그 수 많은 아이들 중 유일하게 엄마 자궁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태임이. 어찌 보면 정말 놀랍고 위대한 사람이 바로 태임이인데, 유일하다는 이유로 온갖 괴롭힘을 당하는 태임이 입니다.
태임이를 놀리는 단어들은 시작부터 큰 충격을 줍니다. 배양육, 고깃덩어리, 골동품.. 현실에서도 이런 질 나쁜 별명들로 학교폭력이 이루어지는 걸까요? 태임이가 당하는 괴롭힘 들을 읽으며 마음이 너무 무거워집니다.
타임머신 조종사가 꿈인 태임이. 그런 태임이에게 나타난 15년 후 미래의 태임이.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과학관 타임머신에 갇힌 그 날, 죽기 직전 발견된 태임이는 그 이후로 엄청난 충격과 트라우마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거식증에 걸리고 말았다고 해요. 그런 고통 속에 살던 15년 후의 태임이는 과거로 돌아와 지금, 태임이를 타임머신 안에 가두고 간 그 아이들을 모두 없애버리려 합니다.
미래의 '나'와 그건 옳지 못하다고, 살인자라고 울부짖으며 겨우 현실로 돌아온 태임이. 하지만 태임이의 눈 앞에서 반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죽음을 맞이하죠.
미래의 내가 친구들과 선생님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그것은 현재의 태임이를 또 다른 방법으로 괴롭힙니다. 태임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학관에서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폭발하기 전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꿔보려고 한 태임이. 그 안에는 과거 또 다른 태임이가 있지요. 태임이는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과거의 나 자신인 태임이까지 모두 구할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시간 여행.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또 다른 여러 태임이들. 시간 여행을 할 때마다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태임이의 평행세계를 경험합니다. 놀라울 만큼 정교하면서도 신기한 남유하 작가님의 평행세계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도대체 어떤 태임이가 진짜 태임이일까요? 정말 과거는 바꿀 수 없는 걸까요?
과거의 불행을 바꿔보려는 태임이. 과거에도 태임이를 괴롭혀왔고, 또 다른 평행세계에서 와 지금의 태임이를 해치려 하는 같은 반 아이 아리.
-평행 세계 이론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새로운 평행 세계가 생겨난다는 가설이다. 시냇물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처럼, 나뭇가지가 여러 갈래고 뻗어나가는 것처럼, 그러므로 우주에는 수많은 내가 있고, 내가 사는 세계는 수많은 세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바뀔 수 없는 과거. 평행세계를 오가며 자신의 생각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구하려는 태임이. 그러다 갇혀버린 무無의 세계. 검은 배경에서 떠 다니는 태임이의 자아는 어떻게 될지, 중간에 무의 세계에 들어간 상황을 검은 색으로 나타낸 이 책의 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평행세계에서의 태임이의 도움으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된 태임이. 폭발도 막고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바뀐 과거. 하지만 태임이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지요. 바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태임이 덕분에 새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태임이를 괴롭힙니다.
"아리 네 인생에 집중하라고. 날 괴롭히면서 네 낮은 자존감을 채우려 하지 말고.
너희들이 이런 유치한 짓을 그만두지 않으면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 15년 후의 내가 와서 널 죽일지도 모르거든. "
강하고 무서운 말로 괴롭힘의 주동자들을 한방 먹인 태임이. 태임이의 용기는 여러 시간 여행을 통해 배우고 얻는 것들에서 나온 것이겠죠?
결국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거야! 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태임이를 보면서 얽히고 섥힌 평행세계를 오가는 신기하고 놀라운, 재미있으면서도 살짝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 최고입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우리 어릴 때 상상 속 SF 영화들이 현재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현실이 상상이 되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거대한 상상 속 SF 소설을 읽었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들, 어른들에게까지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는 영어덜트 SF소설. 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태임이와 함께 평행세계에 푹 빠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