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꿈꾸는 아이, 덕이
조종순 지음, 최정인 그림 / 개암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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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소를 낳고 돼지는 돼지를 낳는데, 사람만 사람을 안 낳으니까 하는 말이지.

누구는 양반을 낳고, 누구는 노비를 낳잖아.

비슷한 나이이지만 누구는 양반집 딸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잘만 사는데, 그것이 배부른지도 모르고 매일 투정만 부리고 있고.. 나는 노비 집 딸로 태어나 하고 싶은 게 많음에도 정작 현실은 아기씨 대신 매질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덕이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지금 세상에 이런 상황이 있다면 그야말로 차별이고 없어져야 할 행동일 텐데, 그 시절 덕이에게는 그게 당연한 거고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 같은 현실이라니.. 읽는 내내 덕이에 감정 이입이 되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이 가득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 정작 그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다면 누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남부럽지 않게 사는 양반집 딸이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잘 자랐을 아기씨지만 그녀 역시 삶의 힘듦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처해진 환경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고민이 있고 걱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의 깊이가 얕고 깊음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비교 자체를 하기엔 우리 각자의 인생이 워낙 다르기에.



신분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 양반인 마님이 훨씬 커보이는 그림은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 

그림만 보면서 이런 씁쓸한 마음이 들다니.... 


어미 아비가 노비이기 때문에 노비로 태어날 동생을 걱정하던 덕이.

이미 덕이에게는 개똥이라는 동생이 있는데.

연락 두절된 아비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은 엄마는 그만 뱃속의 초롱이를 하늘로 먼저 떠나보내고 만다.

노비로 태어날지라도 어여쁜 내 동생인데, 태어나자마자 빛도 못 보고 세상을 등진 아가를 보면서 덕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우리 엄마에게도 의원이 필요한데. 내 동생에게도 의원의 손길이 필요한데.

우리가 양반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노비이기 때문에.. 왜 우리는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것인가..


신분의 귀천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하늘 아래서 사는 것을 꿈꾸는 덕이.

그런 덕이와 친구처럼 격없이 살아가고 싶은 아기씨.

덕이와 덕에로 자매처럼 살고 싶은 그들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야기에서 더 몰입감을 주기 위해서는 꼭 악당이 등장한다.

또 악당이 등장하게 되면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기 마련.

그들의 관계와 이야기 속에서 얽혀 나오는 캐릭터들의 활약을 보고 있자니 내가 덕이 옆에 있는 듯 하다.


이 모든 것들을 묵묵히 참으며 신분이 낮아 발 아래로만 엎드려 있어야 하는 덕이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

덕이 엄마는 덕이와 같은 마음을 한 번이라도 가져본 적이 없을까?

세상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이 무조건 미덕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그 당시 그 세계에서는 그것이 당연하였기에 꿈도 꿀 수 없었던 것.

그런 세상에서 덕이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더 성장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마음 한켠이 아리고 때론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덕이의 이야기.

『하늘을 꿈꾸는 아이, 덕이』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보며 평등에 대해 이야기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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