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롯이 설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쇼펜하우어 소품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박제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10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표현이 있다.

인간은 개인적으로 존재해도 홀로 살 수 없고 사회를 형성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린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늘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니다.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니다.. 이 얼마나 모순된 말인가. 

늘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이 달라 충돌은 늘 있기 마련.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는 부딪혀보고 그 안에서 나름의 행복과 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풍요 속의 빈곤처럼 나에게 늘 다가오는 것들은 남들에 대한 시선, 그것을 의식하는 나 자신.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라는 생각 뒤에 더 커다랗게 자리 잡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의 고민 덩어리들. 

어느 것도 부피를 더 크게 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나게 된다. 

하나는 자의식 과잉, 다른 하나는 피해 의식의 팽창.. 

그래서 늘 고민하고 자주 속상하며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 라는 말을 종종 내뱉곤 하는 것 같다. 

쇼펜하우어 소품집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호통치는 느낌이 들어 머리가 멍했다. 

철학은 내게 쉽지만은 않다. 

늘 도전할 때마다 몇 배는 더 긴장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한 페이지, 아니 한 두줄을 읽으면서도 수많은 생각과 갈등 속에 빠지곤 한다. 

이런 것들이 어찌보면 고전의 매력이지 않을까?

빠르게 지나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롯이 한 줄에 집중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slow thinking이 아닐까...

아직 많은 세월을 살았다고 하기엔 어정쩡한, 그렇다고 인생의 첫걸음이라 하기엔 좀 긴 시간을 살고 있는 나이기에 

부족하지만 존재하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도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내 경험은 일방적인 부분이라 강요하기는 부담스러운 법. 

이 책을 내밀며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을 보여주고 나의 이야기를 풀어가면 어느정도 합리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내가 필요한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상대는 그 즉시 내게 무언가를 도둑맞은 듯 느낄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복수로 무언가를 내게서 되찾으려고 할 것이다. 

교제에서 우월함은 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과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 데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사대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상대방 없이도 잘 지낸다는 인사을 주어야 바람직하다. -p263

내마음 같지 않다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온 것일까?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상대의 마음은 결코 같을 수 없다. 

비슷한 언저리에 가 있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내가 상대가 아니고 상대 역시 내가 아니므로.. 

요즘 우리 아이들의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들과 무관하지 않기에.. 이 구절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이해가 안 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이해해주겠지.. 

그 전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가장 좋은 기회는 진지한 도움과 상당한 희생이 필요한 지금 막 닥친 불행에 관해 이야기할 때다. 

이 순간 친구의 얼굴에는 진실하고 순수한 슬픔이 차오르거나 순간적으로 태연하게 침착한 기색이 스쳐간다. -p277

라 로슈푸코 ' 가장 친한 친구에게 닥친 역경 속에서 우리는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부분을 찾는다.'

보통의 친구라는 사람들은 내가 불행해졌을 때 입가가 움찔하면서 조용히 미소가 번지는 행동을 주체하지 못한다.

최근에 자신에게 닥친 심각한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개인적 약점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일만큼 사람을 확실하게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특성이다! -p278

심각하게 고민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구절들이었다. 

'혼자 잘 살면 된다.' 라는 부분을 이렇게 알려주는 것일까?

현명한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 만족하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 넣어 화상을 입는다. 

그러고는 외로움이 있는 차가운 곳으로 피신해 불이 타오르고 있다며 슬퍼한다. 

미련하게 행동하지 말라. 

너무 깊게 관여하지 말라. 

나는 나고, 너는 너다. 

그 의미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나는 오롯이 혼자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