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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평점 :

알베르 카뮈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한 작가이자 철학자.
그가 보여주는.. 말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민하게 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로 시작하는 『이방인』
어머니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듯.. 현실을 부정하는듯..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과 주인공 뫼르소가 보여주듯 서술하는 행동들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마치 주인공 옆에서 항상 동행하며 그의 행동을 관찰하는 입장으로서 책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슬픈가? 아무 느낌이 없는가?
그의 시선에 담긴 모든 것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주인공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단지 슬퍼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현실에 돌아올 기쁨을 느끼고 있다니..
어머니의 장례식이 계속 되면서 나오는 그의 행동들은..
어쩌면 우리 세상에 낯선.. 스며들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돌아서면 큰 의미 없는 현실.. 그저 그날을 즐길 뿐..
작은 행동 하나하나.. 사소한 생각의 문장 하나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게 빠져들게 한다.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이런 표현의 글을 쓸 수 있을까?
문장 하나하나가 장면으로 만들어져 영화 속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네 번의 총성.. 네 번의 노크 소리..


죄수로서의 생활 속에서.. 그는 또다른 그만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던걸까?
p154 내가 가진 선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오만불손한 확실성을 좀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확실성의 근거를 이루는 판결과 그 판결이 난 순간부터 흔들림 없이 전개되는 판결의 실행 사이에는 어처구니 없는 불균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p155 그렇지만 판결이 난 순간부터 그 결과는 내가 내 몸뚱이를 부딪치는 이 벽의 존재만큼이나 확실하고 엄중해진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사형보다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진실로 흥미진진한 유일한 일이라는 사실을 어째서 몰랐단 말인가!
언젠가 이 감옥에서 나간다면, 나는 모든 사형 집행을 빠짐없이 보러 가리라.
...
내가 사형 집행을 보러 간 구경꾼으로 집에 돌아와 음식을 토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기쁨의 물결이 내 가슴속으로 북받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그가 비로소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는 마지막 문구를 읽으며...
진정한 행복이란.. 뫼르소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그의 철학이지만..
어릴적 읽었을 때 느꼈던 부분과..지금 느끼는 그것은 작지않은 차이가 있다.
그는.. 정말.. 다 인정한걸까? 다 받아들인걸까?
감명 깊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자리를 뜨지 못하듯...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장을 덮기가 힘들었다. 덮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덮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떤 결론을 내리고 싶은 걸까?
며칠 나누어서 이 책을 읽었지만.. 뫼르소가 자꾸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