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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야? ㅣ 알맹이 그림책 68
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김시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12월
평점 :
예쁜 그림책이다.
일러스트는 재미있고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며 무릎 위에 놓고 읽기에도 딱 좋은 사이즈다.
그림책의 표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질문 하나가 있다.
'나는 누구일까?'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들에게서 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롤링 페이퍼에 적혀 있던 문장들도 생각났다.
나는 나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런 나를 전혀 다르게 보기도 하였다.
진짜 내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림책 속 아이를 뒤따라 가다보면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길을 걸으며 만나는 모든 대상에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남자 아이, 강아지, 거미, 생쥐, 고양이, 나비, 박쥐, 아기, 달팽이, 친구, 외계인, 개미, 늑대, 그리고...
"나는 누구예요?"
우스꽝스러운 녀석!
약하고 쪼끄만 아이...
정말 포근해!
가족 중에 제일 다정해...
이상한 애...
힘도 세고 엄청난 녀석
끔찍해!
너무 무서워!
가장 친한 친구
아주 고약해!
멋진 친구!
아이는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길 오른쪽 끝에 집 한 채가 보인다.
아마도 아이가 돌아갈 집이 맞을 것이다.
뒷이야기는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인상적이었던 몇 개의 장면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거미와 아이의 만남이다.
-으악, 끔찍해!-
누군가가 나를 향하여 대놓고 이런 말을 한다면 정말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미의 표정과 아이의 표정이 똑같아서 매우 흥미롭다.
서로가 서로를 끔찍하게 여기는 듯 하다.
이 장면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림책에서는 아이의 질문에 거미가 답을 한 것이라지만 입장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싫은 티를 내면 그 사람도 단연코 나를 싫어하게 되어 있다.
그림책 속 아이와 거미처럼 말이다.
역지사지의 태도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뒤면지도 강렬하다.
"나는 누구예요?"
우리가 언제까지나 이러한 질문을 품고 살아가기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지 않은가!
《너는, 너야?》
처음에는 제목에 붙은 물음표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서로의 개성을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상대인 '너'를 '너' 그 자체로 인정하였을 때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함께 읽으면 좋을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