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별 하나를 품듯 소망을 담뿍 담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고 사랑스런 책인데 뒤집어서도 읽을 수 있다니 흥미롭기까지 하다. 귀여운 그림체에 감탄하면서 끝까지 다 읽고나니, 시 '사랑하는 별 하나'(이성선)가 떠올랐다. 외롭고 쓸쓸해질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고슴도치와 악어 또한 그러한 시간을 살고 있나보다. 나 또한 위로가 필요한 모든 존재들에게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잘 자, 안녕!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앞표지 속 주인공은 아기 호랑이다. 껴안아주고 싶을만큼 사랑스럽다. 까치발을 들고 엉덩이를 곧추세운 채 간절히 뽀뽀를 원하는 아기 호랑이가 바로 내 곁에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뽀뽀 쪼옥! 오색 별사탕이 팡팡 터지는 달콤한 '쪼옥'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나 자러 가야겠어. 잘 자라고 뽀뽀해 줄 수 있어?" 호랑이가 물었어요.- 하지만 아기 호랑이가 만나는 동물들은 어찌된 일인지 한결같이 호랑이와의 스킨십을 피하는 눈치다. 아무리 아기라도 호랑이이기 때문일까? 핑계를 대며 꽁무니를 빼는 동물들의 모습이 가관이다. 달님은 조금 다른 캐릭터로 등장한다. -달님은 호랑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어요. "내가 뽀뽀해 줄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런데 저기 누가 오는데?"- 지금부터가 놀라운 반전의 시작이다. 누가 오는 것일까? 편견을 버리고 마음껏 상상해보라! 단순한 우리 집 잠자리 그림책의 가치를 뛰어넘는 가슴 뭉클한 서사가 압권이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인 스킨십에 대하여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뿐만 아니라 선입견이나 조롱, 냉대, 위선, 따돌림과 같은 부정적 관념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 또한 필요할 듯 하다. 그림책의 딱 절반에 이르렀다면 이제 뒤표지로 넘어가서 오른쪽으로 반바퀴만큼 스르르 책을 돌려보자. 이번엔 귀여운 아기 악어~ 호랑이 대신 악어가 등장한다는 것만 다를 뿐 앞과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어서 리듬감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고보니 상대 동물들도 다르다. 그런데 악어에게는 더 나쁜 일도 생긴다. 큰부리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이 말 때문이다. -"누구라도 나한테 잘 자라고 뽀뽀해 주면 안 돼?" "우리는 우리끼리만 뽀뽀해.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잠자리 그림책이라는 일반적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면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이 많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품고 있을 수록 온기가 더해지는 매력이 있다. 세상 사는 일이 때론 힘들고 외로운 어른들에게도 슬며시 건네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