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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담은 옷 ㅣ 감동이 있는 그림책 42
김현정 지음 / 걸음동무 / 2024년 1월
평점 :
배냇저고리와 백일 옷, 돌복에 관련되어 있는 우리의 전통 복식을 다룬 그림책이다.
명백히 설명하는 글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정한 문체가 빚어내는 조화로운 감각 때문이었을까?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백 개의 천 조각을 이어서 백일 옷을 만들었다는 대목에서는 경외감에 빠져들었다.
-한 조각이 아이의 일 년이라
백 개의 조각을 곱게 곱게 이으며 엄마는 바랐어.
백 개의 소원은 단 하나.
"우리 아이 백 살까지 살게 해주세요."-
당시의 평균수명을 생각해 본다면 백 살은 당치도 않았을 텐데...예나 지금이나 엄마들의 사랑이란 이처럼 끝 간 데가 없다.
백일 때의 의례와 돌잡이 하는 모습은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이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림책을 통하여 제대로 구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료적 가치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돌잡이 물건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졌지만, 원칙과 의미는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
그림책 속 문장처럼 말이다.
-그 마음은 하나, 우리 아이 잘 되라는 거지.-
아이의 첫돌 준비는 조금 복잡한 듯 하다.
돌림고름 저고리에 사폭 바지, 오방장 두루마기, 전복에 호건, 타래버선...이걸 다 손수 만들어야 했다니...
돌날 아침, 집안에서는 잔치가 벌어진다.
돌상이 차려지고, 아이는 첫 예복을 갖추어 입었다.
돌복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방장 두루마기에는 아이가 세상의 모든 좋은 기운 다 받으며 조화롭게 살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두루마기 위에 덧입는 전복에는 금박의 무늬를 붙였는데 이것은 아이의 장수와 복을 바라는 문양들이다.
머리에 쓰는 호건은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그리고 마지막에 두르는 돌띠는 자손을 많이 보고 풍요롭게 잘 살라는 뜻을 담은 복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래버선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주로 돌옷과 함께 신는 어린아이들의 누비버선으로 남자아이는 버선목에 남색 선을 두르고 남색 대님을 달았으며, 여자아이는 붉은색 선에 붉은 대님을 달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림책 속에서 완벽하게 재현된 남자아이의 타래버선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세밀한 선과 면, 그리고 명료한 색감 표현이 돋보이는 일러스트는 페이지마다 눈이 즐겁다.
전통 복식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한복 만드는 기술을 익혀서 아이에게 직접 한복을 만들어 입히고, 아름다운 한복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현정 작가.
이번 책이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라고 하여 더 관심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작가들의 첫 책이 품고 있는 오랜 염원과 간절함으로 인하여 더 큰 감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이 따뜻한 물결이 되어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면 그림책과 함께 더욱 충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이들에게 욕심껏 흘려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