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머니 요정 - 설날 그림책
안영은 지음, 보람 그림 / 키즈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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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다섯 남매의 설빔은 복주머니가 달랑거리는 색동 한복이었다.
그렇게 차려입고 세배를 다니면 세뱃돈이 제법 들어왔다.
복주머니는 돈주머니였다.
불현듯 그 시간에 가 닿는다.
설날이 다가오면 집안에는 활기가 돌았다.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손님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감미로운 기억은 그림책이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복주머니 요정은 새해가 다가오면 바빠져요.
새해에 쓸 다섯 가지 복을 구해 와야 하거든요.-

커다란 복주머니를 챙겨 서둘러 길을 나서는 복주머니 요정의 모습이 동글동글 복스럽다.
따라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록 맘에 쏙 드는 캐릭터이다.
앞ㆍ뒤면지의 그림도 귀엽고 재미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을 품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는 듯 하였다.

모험을 좋아하는가?
그런데 모험을 떠난 길 위에서 일 년 동안 똥을 누지 못한 호랑이를 만난다면 어떨까?
그물에 걸린 채 구슬피 울고 있는 대왕 문어는?
무시무시한 사자 두 마리가 눈앞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면?
떡을 먹으려는 순간, 갑자기 배 고픈 할머니가 나타나서 먹을 것을 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읽기 전에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러한 장치에 대하여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시공간의 설정, 그리고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하는 전통적인 서사구조는 매우 흥미롭다.
어린이 독자들이 푹 빠져들만한 포인트가 많아서 인기 만점이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 아침, 설빔을 곱게 차려 입은 그림책 속 아이의 세배를 받으며 마지막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복주머니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주는 그림책 이야기!
복주머니 요정의 다섯 가지 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시라.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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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알려주는 뇌의 비밀 비밀 시리즈
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매튜 리베라 그림, 정인호 옮김 / 춘희네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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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좀비 요리사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말로는 절대 그것을 안 먹겠다고 하더니...
역시 좀비를 믿으면 안되는 거였다.

앞면지에는 여러 가지 동물들의 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뒤면지를 살펴보니 그 중에서 감쪽같이 사람의 뇌만 사라진 것이다.
범인은 좀비 요리사가 틀림없다.
현장에 남겨진 조리도구가 바로 그 증거이다.

좀비 요리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사람의 뇌라면서도 너의 뇌를 먹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러한 말재간에 혹시라도 속아 넘어갈지도 모를 어린이 독자들을 염려한 작가가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남겼다
"뇌를 가진 독자 여러분,
 좀비에게 뇌를 조금이라도 나눠 줘서는 안 돼요.
 맞아요, 그 친구는 배가 고프고 여러분이 평생 만날 좀비들 중 가장 상냥한 아이지만, 그래도 여러분한테는 뇌가 필요해요. "

부록 페이지에는 위의 편지글 말고도 뇌에 관한 간략한 사실들을 몇 가지 어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사람은 뉴런의 대부분을 갖고 태어나지만,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하는 대목이다.
'육체는 늙어도 뇌는 늙지 않는다'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뇌를 연구하는 학문을 '신경 과학'이라고 부르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흥미로운 분야이다.
우리가 사람의 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 대부분은 밝혀진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좀비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전설에 따르면 뇌를 가장 즐겨 먹는다고 해요. 우웩.-

그럼 이제 본문으로 돌아가서 좀비 요리사가 알려주는 뇌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사람의 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어.-

-너의 몸에는 600개가 넘는 근육들이 있어. 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뇌는 너의 몸에 딱 한 개만 들어 있단다.-

-뇌는 네 몸의 대장이고 지도자, 혹은 선장이거나 지휘본부, 그리고 메인 컴퓨터와 다름없지만, 컴퓨터보다 훨씬 맛이 좋아.-

-만약 누군가가 네 뇌를 야금야금 베어먹는다해도, 너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조차 없을 거야. 뇌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든.-

좀비 요리사가 쉴새없이 떠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뇌에 대한 학습이 가능해진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적지 않았으며, 한편으로는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와 다 자란 어른의 뇌, 75세 노인의 뇌를 비교하면 크기와 무게는 서로 다르지만 가지고 있는 뉴런의 갯수는 거의 같다고 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아끼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원천이 된다.
세상에는 배움이 넘쳐나고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여러 가지 방법도 많겠지만, 소소하게 그림책을 통하여 나의 몸을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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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는 까만 애벌레 - 한글 이중모음 그림책 감동이 있는 그림책 43
노은실 지음 / 걸음동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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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중모음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러므로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중모음 11자를 익힐 수 있게 된다.
글자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중모음은 어려울 수 있다.
발음도 쉽지 않지만 쓰이는 단어도 헷갈린다.
그림책을 애써 지은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듯 하였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이중모음이 들어간 순우리말 낱말 몆 가지를 덤으로 배우게 된다.

월컹덜컹 
에구데구
왜퉁스레
의초롭게
왁자지껄
웨죽웨죽

'왜퉁스레'와 '웨죽웨죽'과 같은 말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하물며 아이들의 경우에는 평소에 접할 기회가 잘 없으므로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의 이런 장면을 통해서라면 어떨까?

저자는 현재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재밌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서 '그림책 작가 되기'에 도전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로 첫 번째 그림책 《무지개 애벌레 ㅏ ㅑ ㅓ ㅕ》가 세상에 나왔다.
표지 그림에서 책 보는 까만 애벌레가 흥미롭게 읽고 있는 바로 그 책이다.

앵두나무 애벌레가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나뭇잎 미끄럼틀을 타면서 재미나게 논다.
웨죽웨죽 신이 나서 팔을 내저으며 걸어다니노라면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와도 친구가 된다는 내용은 비록 단순하지만, 그림책 속 애벌레들처럼 여럿이 함께 소리내어 읽기 좋다.
몇 번을 반복하여 읽다보니 저절로 외워진다.
매우 훌륭한 이중모음 말놀이가 완성된 셈이다.

- ㅐ  앵앵앵앵  앵두나무 애벌레야
- ㅒ  얘기얘기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 ㅔ  에구데구  소리지르며 울지 마
- ㅖ  옛날 옛적  어느 따뜻한 봄날, 무지개 애벌레가...
- ㅘ   왁자지껄  이야기꽃이 피면
- ㅙ   왜퉁스레   애벌레들이 하나 둘씩 다가와
- ㅚ   왼손 오른손  두 손을 꼬옥 잡고
- ㅝ   월컹덜컹   나뭇잎 미끄럼틀 함께 타네.
- ㅞ   웨죽웨죽   신이 나서 팔을 내저으면   
- ㅟ   윙윙윙윙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 곤충들이 날아와
- ㅢ   의초롭게   사이좋은 친구가 되네.

우리 집 마당에도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
혹시라도 책 보는 까만 애벌레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보석처럼 영롱한 빨간 앵두가 익어가는 그 날을 가만히 기다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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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랑 나랑 알록달록한 하루
윤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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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놀이 아기 그림책 한 권이 보드북 형태로 내게 왔다.
판형은 손 안에 담기는 사이즈이며, 안전한 둥근 모서리에 컬러감이 뚜렷해서 아기 그림책에 부합되는 조건을 다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 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는 통통 튀는 감각이 느껴지는 듯하였다.
아마도 그것은 놀이 형식을 띄고 있는 페이지 배열 때문일 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 순서대로 화면을 구성한 것도 그렇고, 각 색깔 별로 도입부와 펼침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까꿍 놀이'처럼 재미나다.
아삭아삭, 동글동글, 따르릉 따르릉, 뒹굴뒹굴, 첨벙첨벙, 쿨쿨, 보들보들, 반짝반짝과 같은 흉내내는 말을 넣어 입말을 살렸으며, 리드미컬한 문장들은 낭송하기에 딱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삭아삭 빨간 사과-

-나눠 먹으면 정말 맛있어.-

아기랑 함께 이 책을 읽는 상상을 해 보았다.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색깔 놀이 그림책이지만 스토리를 담아내었다는 점에서는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견 포카와 어린이 마꼬가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인데,
시간적 배경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룻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하여 담아내었다.
꼼꼼한 작업 방식 및 귀여운 일러스트도 마음에 쏙 들어왔다.

지은이 윤나리
반려견 포카, 어린이 마꼬와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그립니다.
인왕산 아랫동네에서 '일러스트 스튜디오 포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카랑 나랑 알록달록한 하루》는 엄마가 된 뒤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윤나리 작가가 '일러스트 스튜디오 포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https://www.instagram.com/nariplanet?igsh=bzF2YjgyNTd2d2ph

작가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둘러보면서 포카와 마꼬가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아기와 함께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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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담은 옷 감동이 있는 그림책 42
김현정 지음 / 걸음동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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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냇저고리와 백일 옷, 돌복에 관련되어 있는 우리의 전통 복식을 다룬 그림책이다.
명백히 설명하는 글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정한 문체가 빚어내는 조화로운 감각 때문이었을까?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백 개의 천 조각을 이어서 백일 옷을 만들었다는 대목에서는 경외감에 빠져들었다.

-한 조각이 아이의 일 년이라
 백 개의 조각을 곱게 곱게 이으며 엄마는 바랐어.
 백 개의 소원은 단 하나.
 "우리 아이 백 살까지 살게 해주세요."-

당시의 평균수명을 생각해 본다면 백 살은 당치도 않았을 텐데...예나 지금이나 엄마들의 사랑이란 이처럼 끝 간 데가 없다.

백일 때의 의례와 돌잡이 하는 모습은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이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림책을 통하여 제대로 구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료적 가치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돌잡이 물건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졌지만, 원칙과 의미는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
그림책 속 문장처럼 말이다.

-그 마음은 하나, 우리 아이 잘 되라는 거지.-

아이의 첫돌 준비는 조금 복잡한 듯 하다.
돌림고름 저고리에 사폭 바지, 오방장 두루마기, 전복에 호건, 타래버선...이걸 다 손수 만들어야 했다니...
돌날 아침, 집안에서는 잔치가 벌어진다.
돌상이 차려지고, 아이는 첫 예복을 갖추어 입었다.
돌복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방장 두루마기에는 아이가 세상의 모든 좋은 기운 다 받으며 조화롭게 살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두루마기 위에 덧입는 전복에는 금박의 무늬를 붙였는데 이것은 아이의 장수와 복을 바라는 문양들이다.
머리에 쓰는 호건은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그리고 마지막에 두르는 돌띠는 자손을 많이 보고 풍요롭게 잘 살라는 뜻을 담은 복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래버선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주로 돌옷과 함께 신는 어린아이들의 누비버선으로 남자아이는 버선목에 남색 선을 두르고 남색 대님을 달았으며, 여자아이는 붉은색 선에 붉은 대님을 달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림책 속에서 완벽하게 재현된 남자아이의 타래버선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세밀한 선과 면, 그리고 명료한 색감 표현이 돋보이는 일러스트는 페이지마다 눈이 즐겁다.

전통 복식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한복 만드는 기술을 익혀서 아이에게 직접 한복을 만들어 입히고, 아름다운 한복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현정 작가.
이번 책이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라고 하여 더 관심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작가들의 첫 책이 품고 있는 오랜 염원과 간절함으로 인하여 더 큰 감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이 따뜻한 물결이 되어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면 그림책과 함께 더욱 충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이들에게 욕심껏 흘려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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