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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들의 불꽃 전쟁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36
마리안나 발두치 지음,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5년 10월
평점 :
전쟁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라니...
그날,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는 내내 분노와 상실감으로 인하여 마음이 매우 불편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이곳에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평소 박물관이나 미술관, 문화유적지 같은 시설을 둘러보기 좋아하는데 전쟁기념관은 좀 달랐다.
몇몇 인간들의 이기심이 불러온 엄청난 희생과 파괴, 그리고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가 도처에 각인되어 있어 마주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이 그림책은 어떨까?
앞면지를 펼치니 흑과 백, 둘로 딱 분열된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뒤면지가 궁금하다.
역시...
그림책은 언제나 옳다.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전쟁은 두 여왕의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다.
검은 탑의 토레스쿠라 여왕, 하얀 탑의 토레키아라 여왕이 그들이다.
어느 날, 두 여왕이 국경을 살펴보다가 서로를 딱 마주보게 되었는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가 최고라며 시시비비가 붙었다.
-"토레키아라, 내 앞에 엎드려라!
그러지 않으면 내가 마구 밟아 줄 테다!"
"토레스쿠라, 건방지긴!
내가 최고라니까!
좋아, 이제 전쟁이다!"-
두 여왕은 정말로 전쟁을 시작하였다.
전투 장면 일러스트를 표현하기 위하여 실제 양초가 녹아내리는 사진을 결합시킨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 왔다.
일반적으로 촛불은 스스로를 태워 주변을 밝히는 속성 때문에 사랑과 헌신, 지혜와 구원의 의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촛불을 전투 장면으로 사용한 것일까?
녹아내리는 촛농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슬픔이 차올랐다.
작가 또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단칼에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화살은 성벽을 넘어
이쪽저쪽으로 날아다녔고
순식간에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어요.-
결국 초는 모두 녹아내리고, 그리고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삼켜 버렸어요.
탑도, 마음도, 희망까지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해요.
자만과 오만을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희망의 불빛이 다시 켜질 거예요.-
다행히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바로 그 희망의 불빛을 확인시켜 주는 듯하여 마음이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라는 부조리한 현실은 인간에게 두 가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하나는 체념이고, 다른 하나는 저항하는 삶이다. 전쟁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극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전쟁과 경쟁의 시대,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려깊은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출판사 서평에 적극 공감하면서, 주변의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