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순삭이다!"요즘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자주 터지는 말이다.이 말의 의미는 아무래도 내 삶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오늘 해야 할 일들을 다하지 못한 찝찝함,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꽉 채우지 못하였다는 헛헛함이 괜스레 나를 압박하는 것이리라.결은 조금 다르겠지만 이 그림책 또한 마음의 갈등을 극복하고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다.그림책은 언제나 그렇듯 해피 엔딩이다.나 또한 그림책 이야기를 통하여 한동안 잊고 지내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교훈을 되새겨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그림책 속 세 주인공은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다.참으로 독특한 캐릭터들이 아닌가!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캐릭터들이 역동적으로 활약하는 장면이 불쑥불쑥 떠올랐다.그래서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어제는 꼼꼼한 친구야. 지나간 내 하루를 빠짐없이 적어. 가끔 내가 깜빡한 일도 낱낱이 기억해. 내일이는 걱정이 많아. 내가 하나라도 잊어버릴까 봐, 아직 오지 않은 하루를 미리미리 챙겨 줘. 그래서 내 가방은 늘 뚱뚱해. 내 이름은 오늘이야. 나는 축구와 게임을 좋아해. 그런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걸 할 시간이 없어.-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도착한 오늘이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여기저기 숨겨 놓고 다니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다 숨겨버릴 거야!'어느새 가벼워진 가방의 무게감으로 인하여 오늘이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졌을까?-하고 싶은 것만 하니까, 하루가 얼마나 새로운지 몰라. 그런데 점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 숙제는 쌓이고 성적은 엉망이야. 가방은 가벼운데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져.-이럴때 그림책이 제안하는 해법은 바로 시소게임!오늘이와 내일이가 시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극적으로 타협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는 책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내 어깨 위의 짐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자꾸만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며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는 듯하였다.우리 모두의 하루를 응원하는 그림책 이야기를 통하여 우연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선물처럼 행복한 시간들이었다.*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