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숨겨버릴 거야
임연옥 지음 / 아스터로이드북(asteroidboo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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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순삭이다!"
요즘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자주 터지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아무래도 내 삶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다하지 못한 찝찝함,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꽉 채우지 못하였다는 헛헛함이 괜스레 나를 압박하는 것이리라.
결은 조금 다르겠지만 이 그림책 또한 마음의 갈등을 극복하고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림책은 언제나 그렇듯 해피 엔딩이다.
나 또한 그림책 이야기를 통하여 한동안 잊고 지내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교훈을 되새겨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림책 속 세 주인공은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다.
참으로 독특한 캐릭터들이 아닌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캐릭터들이 역동적으로 활약하는 장면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그래서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어제는 꼼꼼한 친구야.
지나간 내 하루를 빠짐없이 적어.
가끔 내가 깜빡한 일도 낱낱이 기억해.

내일이는 걱정이 많아.
내가 하나라도 잊어버릴까 봐,
아직 오지 않은 하루를 미리미리 챙겨 줘.
그래서 내 가방은 늘 뚱뚱해.

내 이름은 오늘이야.
나는 축구와 게임을 좋아해.
그런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걸 할 시간이 없어.-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도착한 오늘이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여기저기 숨겨 놓고 다니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 숨겨버릴 거야!'

어느새 가벼워진 가방의 무게감으로 인하여 오늘이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졌을까?

-하고 싶은 것만 하니까,
하루가 얼마나 새로운지 몰라.
그런데 점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
숙제는 쌓이고 성적은 엉망이야.
가방은 가벼운데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져.-

이럴때 그림책이 제안하는 해법은 바로 시소게임!
오늘이와 내일이가 시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극적으로 타협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는 책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
내 어깨 위의 짐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자꾸만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며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는 듯하였다.
우리 모두의 하루를 응원하는 그림책 이야기를 통하여 우연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선물처럼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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