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기억'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오늘날, 암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 있다면 그건 치매일 것이다.맞다!그렇지만 그림책은 치매와 치매 가족의 이야기를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우선 부드럽고 따스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딱딱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클레어 할머니의 손편지와 물망초 꽃이라는 두 오브제는 그림책 속에서 사랑과 기억으로 형상화 되고 있다.-우리 가족에게 토요일은 평소와는 좀 다른 날이다. 아빠는 나를 특별한 곳으로 데려간다. 늘 같은 곳이다.-책 속 화자인 클레어와 함께 할머니의 손편지를 함께 읽으며 가슴이 너무 아파서 두 번씩이나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동안 눈물이 고였다.이상한 일이다.나는 치매 환자도 아니고 치매 가족도 아닌데...그렇다.우리는 그 누구라도 치매라는 병으로부터 명백하게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우리 나라 치매 환자 수는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2026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뿐만 아니라 치매 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는 2033년까지 4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나 또한 치매가 찾아오면 별수 없이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지적인 능력을 상실하게 되리라!나를 잃어버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능력조차 지키지 못하여 무조건 돌봄에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상상은 그야말로 끔찍하다.그렇다고 해서 나와 우리 가족만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그래서일까?부록 페이지에 실린 신수진 번역 작가의 말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우리의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한, 인간적인 존엄만큼은 사라질 수 없습니다."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쉽게 책장을 덮지 못하였다.마치 도돌이표라도 있는 악보처럼 다시 돌아가기를 몇 번인가 반복하였다.그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물건들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카메라, 토끼 인형, 담요, 추억 사진들 말이다.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떠올려본다.-오늘은 낯선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여기 불쑥 들어왔단다. 그 남자는 끝끝내 내 방에서 나가지 않고 버텼어. 어린 여자아이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누군가 그 남자에게 묻던 말이 기억나. "당신이 누군지 기억 못하셔도 계속 찾아오실 건가요?" 그 남자의 대답도 기억나. "이분이 누구인지 내가 기억하는 걸요."-그림책을 읽는 동안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보석같은 기억들을 만난 것처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엄마~아주 오랫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다.손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나에게도 힘들 때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축복의 기도가 되어 줄 것이다.-우리의 사랑은 이 은하계보다 더 크단다. 그 사실을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거야.-*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