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진다! - 1998년 지리산 폭우 서바이벌 재난 동화 4
최형미 지음, 전진경 그림 / 초록개구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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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취향 저격 서바이블 재난 동화 한 편을 반갑게 만나 보았다.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를 즐겨 보는 나로서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렸으며 감정이 한껏 북받쳐 오를 때는 눈시울조차 뜨거워졌다.

1998년 7월 31일 밤부터 8월 1일까지 지리산 일대에 갑자기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로 인하여 100여 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게 된 대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동화는 바로 이 사건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운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자연이다.
최형미 작가는 자연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원망하고 슬퍼하는 대신 마음의 상처를 잘 다독여 회복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불의의 사건과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느냐예요." / 작가의 말 중에서

1998년 7월 31일 밤 12시, 텐트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퍼붓는 비와 사람들의 고함, 울부짖는 소리가 뒤엉켜 무척 혼란스러웠다.
텐트 안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물살에 휩쓸리고, 계곡을 벗어나려던 사람들 또한 다리가 무너지면서 자동차에 탄 채로 계곡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자연이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다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무릎이 푹 꺾였다. 그리고 그대로 계곡 속으로 고꾸라졌다.
자연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옛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침착하게 행동하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록 어린 아이이지만 굳센 정신력으로 죽음의 계곡에서 살아남은 자연이의 이야기는 그래서 무척 감동적이다.
또한 자연이의 엄마, 아빠, 그리고 주변인물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 역시 본받을 점이 많다.
특히 자연이와 같은 또래 남자 아이 민재는 성숙한 내면을 지닌 이상적인 캐릭터로써 핵심 사건을 풀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누나, 민재 형 되게 똑똑하다. 풀이름도 잘 알고, 나한테 물살이 센 곳이랑 그렇지 않은 곳도 알려 줬어. 또 썩은 나뭇가지 구별하는 법도 알려 주고."
"그런 걸 다 어떻게 알아?"
자연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툭 내뱉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실 풀이름이니 단단한 바위나 돌멩이가 뭐 중요한가 싶기도 했다.-

모든 것이 시큰둥했다.
계곡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워보였지만 자연이만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오늘은 자연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제주도 영어캠프를 가는 날이다.
영어캠프 대신 지리산 계곡이라니...
갑자기 아빠가 하시던 사업체가 무너지고 결국 자연이네는 가세가 기울었다. 자연이는 다니던 영어학원까지 그만 두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계곡에서 우연하게 만난 민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연이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고작 반나절을 함께 했을 뿐인데 민재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 같았다.
헤어질 때 민재는 자연이에게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내밀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이 장면이다.
계곡물에 휩쓸려가던 자연이와 강아지 보리가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며 죽을 힘을 다하여 버텨내고 있다.
나 또한 벅찬 감정이 몰려오면서 울컥해졌다.

이 동화를 읽으며 느끼는 바가 참으로 많았다.
무엇보다도 예기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결코 용기를 잃지 말고 헤쳐 나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지혜를 일깨워 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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