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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책이 열립니다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73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6월
평점 :
앗! 책은 열리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열어야 하는 것인데...그랬을때 비로소 독서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거 아닌가?
이러한 편견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라도 '곧' 이 책을 만나게 될 것이고, 또한 '곧' 책 속으로 푸욱 빠져들 것이다.
홀린듯이 텍스트를 따라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모험의 세계가 숨가쁘게 이어진다.
핫핑크의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감은 신선하고 진취적인 태도를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다.
'곧'은 '시간적으로 사이를 두지 않고 바로', 또는 '오래지 않아', '다시 말하자면', '다름 아닌 바로'의 뜻으로 사용되는 부사어이다.
그림책에서는 이 단어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나타내거나, 현재의 상황이 바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페이지 사이를 넘나들며 무려 22번이나 반복되는 '곧'.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서 마치 수수께끼 놀이를 하듯 긴장감과 더불어 호쾌한 유머를 제공한다.
사이다 작가가 그림책을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 자기만의 표현을 가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단 한 사람이라도 감동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그림책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가 있다.
그래서일까?
독자들은 매번 다른 빛깔과 향기를 내뿜는 작가의 여러 작품들에서 공통분모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심장을 도둑 맞은 것처럼 그 자리를 맴도는 여운이 오래간다.
아이는 간밤의 나비를 회상하며 진짜 나비를 찾으러 집을 나섰다.
그 길 위에서 아이는 엄청난 모험을 겪게 되는데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특히 무인도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런데 이 호랑이, 무척이나 익숙한 캐릭터다.
단군신화,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등장했던 바로 그 호랑이가 아닌가!
뒤면지에 숨겨진 미니북은 호랑이가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니 절대 놓치지 말자.
미니북 속에 등장하는 사이다 작가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 속의 인물과 하나가 되면 여행이 시작됩니다.
자, 그럼 준비됐나요?
《곧 책이 열립니다》-사이다-
책이 닫힐 때까지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곧 책이 닫힙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제목에서 받은 의아함이 풀렸다.
'책이 열린다'는 말은 단순히 책을 열고 닫는 차원을 넘어서서, 한 권의 책이 품고 있는 무한한 생명 에너지 즉 결실의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이 열리는 나무라니...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의 매력 속으로 기분좋게 독자들을 이끈다.
'곧'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