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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하루 ㅣ 열린어린이 그림책 34
앨리스 프로벤슨 지음, 정원정 외 옮김 / 열린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책장을 열자마자 꼬순내가 솔솔~
앙증맞은 강아지 발자욱들이 빼곡하게 찍힌 면지 그림 때문이다.
앞면지에서 뒤면지까지 어지럽게 찍혀 있는 걸 보니 여간 내기가 아닌 듯하다.
그림책 속 주인공 머피는 실제로 작가의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이라고 한다.
앨리스 프로벤슨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뒤면지 속 사진과 함께 '생의 마지막까지 작업했던 앨리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났다.
그의 딸 카렌의 이야기 또한 매우 감동적이었다.
마지막까지 예술가로 살았던 어머니,
앨리스 프로벤슨
카렌은 머피의 이야기도 빼 놓지 않았다.
"머피는 제가 다섯 살 때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강아지였어요. 케언테리어였죠.
당시 농장에 다이나라는 이름의 개가 있었어요. 머피와 다이나는 집과 헛간 옆의 잔디밭에서 함께 뛰어놀며 공을 쫓아다녔지요. 연못에서 헤엄도 쳤어요. 머피는 들판을 가로질러 연못으로 가는 길에 마멋들을 못살게 굴었어요. 또 화단과 텃밭에 구멍을 파서 어머니를 놀라게 했어요. 몸집은 작았지만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앙칼지게 짖었죠. 머피는 사람과 동물뿐 아니라, 바람이 부는 것만 봐도 짖었죠. 부모님은 이런 농장의 동물 이야기를 <고양이 맥스의 비밀>과 <머피의 하루>같은 그림책에 담아냈어요."
이 책은 개구쟁이 강아지 머피의 시선과 독백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우리 집 반려견 댕댕이와 닮은 점이 너무 많아서 더욱 사랑스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머피는 케언테리어, 댕댕이는 포메라니안이다.
둘 다 소형견이며 소유욕과 호기심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앙칼지게 짖는다는 것이다.
그저 바람이 부는 것만 봐도 짖는 골치 아픈 강아지들, 그렇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더없이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식구들은 나를 '머피, 안 돼!'라고 불러. 내가 맨날 짖거든.
이래도 짖고 저래도 짖고 아무튼 짖어. 안 짖을 때가 없어.
나는 헛간에 살아. 거기에는 바보같은 고양이랑 사냥개랑
또 다른 온갖 동물들이 있지.-
누구보다도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에너자이저 머피는 곧장 부엌으로 달려간다.
부엌은 머피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먹는 것 밝히는 것은 강아지들의 영원한 로망이니까...
부엌에 들어가서 남겨진 음식 찾아 먹기, 찬장 안에 들어있는 맛있고 바삭바삭한 과자 꺼내 먹기, 싱크대와 스토브 아래 숨어 있는 쥐 찾아내기, 식탁 밑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부스러기 주워 먹기...
머피의 하루를 따라가다보니 우리 집 댕댕이에게 더욱 미안해진다.
자유롭게 뛰놀지 못하고 도시의 아파트에 갇혀 사는 신세가 아닌가!
그나마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매일 1회 산책도 제동이 걸렸다.
십자인대 부분단열로 보조기까지 차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다보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할 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우리 집 댕댕이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그림책에서도 동물병원 장면이 나온다.
강아지의 시선으로 만나는 동물병원의 모습은 어떨까?
작가의 나이 85세였던 2003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열린어린이 출판사에서 2025년 7월 신간으로 소개된 이 그림책, 2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었건만 동물병원의 풍경은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듯하여 더욱 정감 있었다.
읽을수록 재미가 겹겹이 쌓이는 책은 흔치 않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머피의 하루'를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