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망토가 훨훨 날아가면 웅진 세계그림책 260
나딘 브룅코슴 지음, 시빌 들라크루아 그림,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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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가 나딘 브룅코슴은 과연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다.
'빨간 망토', '아기 돼지 삼 형제',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양'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동화 세 편을 직감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들을 데려와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 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재미있다.
무섭지 않고, 잔혹하지도 않으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의 결말은 순수한 동심 그 자체이다.

일러스트 또한 매우 훌륭하다.
그림 작가는 주로 연필과 색연필을 써서 따뜻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작품 활동을 하는 벨기에의 그림책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한다.
얼핏 무심한 듯 보이는 그의 연필 그림들은 섬세하고 내공이 깊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휙 불어오는 바람소리, 발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가랑잎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내가 아는 세 번째 들라크루와이며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그런데 표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자니 뭔가 조금 이상하다.
빨간 망토는 맞는데 펄럭거리는 두 귀와 꼬리는 영낙없는 돼지이다. 들고 있는 바구니에는 먹을거리가 아닌 땔감이 들어있다.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면 글 작가의 다정한 헌사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길렌의 작은 태양 밀로에게-나딘 브룅코슴

나는 그림책의 헌사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동안 작가의 온기와 사랑이 내게도 점차 스며드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배고픈 늑대가 숲에서 빨간 망토를 입은 아이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늑대가 빨간 망토를 덮치려는 순간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건 정말 마법 망토야. 신기하기도 해라!"

하지만 망토는 망토일 뿐이다.
늑대는 덕분에 아이의 바구니 속 파이의 맛을 알게 되었고, 든든하게 배를 채워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럼 빨간 망토 아이와 돼지와 양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전 패러디 작품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책은 꼭 한 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흥미진진하다.
빨간 망토가 훨훨 날아다니는 상상만 하여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올 법 한데, 배 고픈 늑대가 빨간 망토를 잡아채려는 위기의 순간들마다 치솟는 긴장감은 매번 폭소로 마무리되면서 카타르시스의 경험을 제공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다섯 번이다.
동심을 일깨워주는 그림책 덕분에 한바탕 신나게 잘 놀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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